개 전기 도살 '무죄'…대법원 "국민정서 고려해야" 파기
개농장주 무죄 선고한 원심 깨고 파기환송
"'잔인한 방법인지 국민정서 등 종합 고려"
동물단체 "한국사회 성숙도 반영 결과" 환영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초복인 지난 7월1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동물권 행동 카라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2018.07.17. [email protected]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농장주 이모(6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다.
1심은 "동물보호법에서 예시로 목을 매다는 행위를 들고 있을 뿐 '잔인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잔인'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개를 죽이게 된 경위, 개를 죽이는 데 사용한 도구 및 방법 등을 살펴보면 개를 즉시 실신시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다른 동물들에 대한 도살 방법과 비교해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관련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그 업계 종사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잔인하지 않은 도축 방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정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은 해당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자체 및 그 방법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주므로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 방법의 구체적인 행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을 심리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 심리 결과와 이 사건 도살 방법을 허용하는 것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등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한다"며 "동물학대에 대한 한국사회의 성숙도, 이제는 개식용을 종식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죽이는 등 연간 30마리 개를 도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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