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향해 열린 구원의 암자 26곳, 김홍희 사진 ‘상무주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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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성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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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진가 김홍희(59)가 전국 암자 26곳의 풍광을 담은 사진집 ‘상무주(上無住) 가는 길’을 펴냈다. 10월10일부터 서울 역삼동 사진미술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동명 사진전도 연다.
김홍희는 1990년대 중반, 소설가 정찬주와 함께 ‘암자로 가는 길’을 연재하며 전국의 암자를 찾았다. 23년 만에 다시, 홀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26암자에 올랐다. 책에는 지난 2년 간의 그 여정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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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자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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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물, 하늘, 그리고 승려. 매번 같은 풍경으로 펼쳐지는 암자를 오르고 또 오른 그는 어느 순간 더 위로 머무를 곳 없는 무상의 땅 상무주에 올라섰음을 깨달았다. 그곳은 모든 것이 정지된, 마치 돌처럼 흐르는 시간이었다. 그 속에서 그는 갑작스레 찾아든 암세포를 치유하고 오랫동안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우울을 털어냈다. 그 치유의 충경과 시간들을 오롯이 담아낸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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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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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에 있어도 봄을 모르는 이에게는 실로 봄은 내내 오지 않는 계절일 뿐이다. 어떤가? 당신의 봄은 아직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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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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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글과 세심한 감성으로 포착한 100여컷의 흑백사진을 실었다. 고집스런 사진가 정신, 장인의 뚝심이 느껴진다. 글은 글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배치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빚어낸다. 읽는 맛이 보는 맛을 돋우고, 보는 맛이 읽는 맛을 부른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상무주를 향한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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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항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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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인 저자는 암자를 순례하며 인간 예수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부처를 향한 사랑도 더욱 깊어졌다고 털어놓는다. 이렇듯 저자의 글쓰기에는 경계가 없다. 애써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성을 끌어내며 암자의 존재 이유를,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정직하게 풀어 놓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더욱 선명해지는 총천연색 컬러시대에 흑백사진을 고집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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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 북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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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은 돌처럼 천천히 흐르는 암자의 시간을 형상화하며 가슴 깊이 진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추억을 쓰다듬고 아픔을 건드리면서도 진정한 위안의 손길을 내민다. 세상살이의 시름을 딛고 다시 저잣거리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안겨준다. 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며 한층 풍요롭고 성숙한 삶으로 안내해준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듯 돌 같은 흑백의 풍경이 묻는다. “그대 올라보지 않겠는가? 상무주 그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구원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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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도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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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는 사진과 철학, 국문학과 문화학을 전공했다. 1985년 일본으로 가 도쿄 비주얼아트에서 사진을 공부하며 전업 작가로 살아남는 법을 익혔다. 2008년 일본 니콘의 세계 사진가 20인으로 선정됐다. 30회에 가까운 개인전을 열었고 국제신문에 ‘세상 읽기’ 칼럼을 만 7년째 연재하고 있다. 352쪽, 1만9800원,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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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거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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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1월3일까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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