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도 위기"…완성차 위기에 협력사들 '아우성'
현대차 '어닝쇼크' 등 완성차 부진 심각
연쇄 법정관리…울산 등 지역경제 침체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25일 현대차가 3분기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가운데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루 만에 주가가 6%가량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약 1조5000억원이 증발했다.현대차 주가 급락의 주요 요인으로는 3분기 부진한 실적이 꼽힌다. 현대차는 이날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하락한 2889억원이라고 공시했다. 당기순이익도 67.4% 급감한 3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현대차 대리점의 모습. [email protected]
#2. "자동차부품 3차 제조 중소기업 직원으로 일하는 사장의 아들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단가 인상이 따라가지 못하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원들은 주말과 공휴일에 쉬어도 가족들은 나와서 일을 합니다. 가족들이 나와서 일해도 최저시급도 못받고, 직원인건비로 충당되는 현실입니다. 제조업이 망해가고 있습니다."(완성차 3차 협력사 직원 B씨,청와대 국민청원)
완성차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며 부품업체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기아자동차, 쌍용차 등도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나타낸 가운데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1, 2, 3차 협력사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가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3분기 영업이익 1173억원을 내는데 그치며 시장을 실망시켰다. 쌍용자동차는 3분기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역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수년째 역성장을 이어간 완성차 업체들이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부품업체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닌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사 100곳 중 31곳은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기업이 21곳이었고, 2년 연속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11곳 중 6곳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가 재채기를 하면, 협력사들은 폐렴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며 "현재 국내 부품사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외감대상 부품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2, 3, 4차 협력사들이 생존위기를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부품사들의 위기 징후는 올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에는 현대차의 1차 협력사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300곳에 이르는 현대차 1차 협력사 중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뒤를 이어 중견기업 다이나맥이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굵직한 부품사들도 쓰러져 줄줄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 줄도산이 이제 시작된 것 같다"며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고,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위축되며 폐업위기에 내몰리는 부품사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생태계의 위기는 부품업체들이 몰려있는 울산·부산·대구, 군산, 부평 등의 지역경제까지 흔들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의 50인 미만 사업체 가동률은 2014년 80.3%에서 지난해 52.0%로 하락했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이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49.2% 줄었다.
울산지역의 부동산 주택매매가는 83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고,거래량도 40~50% 가량 줄었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0%대에 이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이지웅 책임연구원과 김봉균 평가전문위원은 "국내 부품사들의 거래처 다변화 수준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현대·기아차와 연동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들어서도 현대기아차의 판매 회복이 더디고 부품사들의 비우호적 영업환경 극복이 어렵다면 신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와 일자리 영향이 가장 큰 분야"라며 "보호주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무역전쟁, 중국의 브랜드 중화주의 대두, 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잠식 등의 문제로 자동차 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가 한국 경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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