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정말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는데 결국 확진이네요"
연천군 "ASF 의심 농장주, 간이검사 양성 반응 후 큰 충격"
주변 오염 막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살처분할 예정
【연천=뉴시스】이호진 기자 = 지난 17일 밤 농식품부 등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연천군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의심신고 농가 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2019.09.18. [email protected]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 양돈농장에 대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SF 의심농장 발생보고를 접한 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연천군 관계자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18일 아침이 다 돼서야 전해진 확진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오후 5시께 가축 검역 관계기관을 통해 백학면 양돈농가에서 돼지 1마리가 폐사해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접한 연천군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초동대응반을 보냈지만, 간이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방역조치는 다했다고 자부할 정도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연천군은 농가 1곳당 공무원 1명을 지정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식품을 반입하는 것을 관리하고, 영어와 베트남어, 태국어로 된 홍보물까지 만들어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했다.
통제 밖에 있던 무허가 잔반 급여 농가도 모두 없애고, 농가에는 울타리를 둘러 야생동물 접근을 막기도 했다.
의심농가 발생 소식에 반신반의하며 경기도와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연천군 관계자들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17일 오후 8~9시에도 연락이 오지 않자 결국 하나둘씩 체념하기 시작했다.
오랜 업무 경험상 음성판정이면 이 정도로 검사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눈치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연천군은 확진 판정에 대비해 해당 농장과 인근 농장 1곳의 돼지 총 4700여 마리를 살처분하기 위한 관련 업체 섭외 등 준비를 전날 밤 모두 마친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돼지를 분쇄해 고온에 태우는 랜더링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연천군은 4700여 마리를 랜더링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사체 이동과정에서 외부 오염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파주시와 동일한 FRP 방식을 선택했다.
비록 추후 2차 처리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양돈농장 인근에 음료공장이 있고 향후 농가의 돼지 재입식도 용이한 점을 감안했다.
연천군 측은 “토양을 굴착하지 않고 외부에 FRP 탱크를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사체와 함께 소독약을 탱크에 주입하기 때문에 외부 오염도 없고, 처리 과정에서 추가적인 확산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확진 판정으로 큰 충격을 받은 농장주를 설득하는 일이다.
해당 농장주는 전날 돼지 1마리가 폐사해 신고할 당시만 해도 사료 급여과정에서 가끔 발생하는 폐사 문제로 생각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확진 판정으로 자신과 아들 농장의 모돈과 자돈 4700마리를 모두 잃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연천군 관계자는 “돼지 1마리가 폐사한 것을 방역당국에 신고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경우로, 그만큼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협조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농장주 입장에서는 본인이 뭔가 잘못한 것이 있어야 납득이 되는데 울타리와 사료 급여, 소독 등 모든 것을 다하고도 확진 판정을 받자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농장주가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돕고 이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살처분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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