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존슨, '브렉시트 합의안' 버리고 '총선' 잡는다…오늘 우회법안 상정
SNP·자민당 등 존슨 총리 지지 밝혀
12월 12일 혹은 19일, 날짜 놓고 씨름
【런던=AP/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총선 개최를 위한 '단축법안'(short bill)'을 29일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2019.10.29.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조기총선 강행 의지가 더욱 굳건해졌다. 총리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해 만든 'EU 탈퇴 협정 법안(Withdrawal Agreement Bill·WAB)'의 의회 통과가 당분간 보류되더라도 총선을 치를 계획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 동의안을 찬성 299표, 반대 70표로 부결했으나 총리는 총선 개최를 위한 '단축법안'(short bill)'을 29일 다시 상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표결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하원의 이 마비상태가 계속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며 "어떻게든 선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12월12일 총선을 개최하기 위한 단축법안을 발표해 브렉시트 논란을 끝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원은 더 이상 국가를 인질로 잡고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벌써 세 번째 조기총선 시도에 실패한 존슨 총리가 또다시 단축법안을 내놓은 데는 제2야당과 3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자유민주당의 확실한 지지 의사를 배경으로 한다.
조기총선 동의안이 '고정임기 의회법(FTPA)'에 따라 하원의원 전체(650명) 중 3분의 2(434명) 동의가 필요한 데 비해 단축법안은 하원 과반의 지지로도 통과가 가능하다.
집권 보수당의 의결권이 있는 의석수 287석과 SNP의 35석, 자민당의 19석을 더하면 하원 과반(320석)을 여유있게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는 존슨 총리와 브렉시트 취소, 적어도 소프트 브렉시트를 시행해야 한다는 야당 사이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29일 단축법안 역시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자민당은 최근 '브렉시트를 철회하라'는 당론을 내세우며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민당이 존슨 총리의 단축법안을 지지하는 조건도 확실하다. 'EU 탈퇴 협정 법안'의 의회 통과를 포기하는 것이다.
조기총선을 위한 단축법안 상정을 계획한 것도 바로 자민당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WAB를 다시 의회로 가져오는 일은 없다. 이것이 브렉시트를 이뤄내고 나라가 나가갈 수 있는 길이다"고 말했다. 총선을 통해 확실한 보수당이 확실한 과반수를 차지한 뒤 WAB를 재상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조기총선은 집권 보수당에게도, 야당에게도 '정치적 도박'이다. 어디로 표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회를 해산한다면 경우의 수는 더욱 많아진다. 정치적 불안감도 심화된다.
우선 조기총선에 뜻을 모은 상황에서 더 나은 도박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총선 날짜를 두고 힘겨루기 중이다.
존슨 총리는 12월12일, 야당은 12월9일 총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의 젊은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보수당보다 노동당을 선호한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는지에 따라 의회 구성도 달라지게 된다.
조 스윈슨 자민당 대표는 "12월12일은 대학의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고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점이다"며 12월9일 총선을 위한 자민당의 계획을 지지할 것을 요청했다.
이언 블랙퍼드 SNP 대표 역시 "총리가 WAB를 다시 의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철통 같은 보장'이 필요하다"며 전제를 달았다.
한편 제1야당인 노동당은 조용하게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29일 예비내각 회의를 소집해 조기총선을 논의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국민 모두의 투표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총선 날짜가 12월12일 이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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