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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동참 안하면 반역자로 몰려"…전공의 내부 다른 목소리↑

등록 2020.09.01 16: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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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공공의료, 의료격차 학습할 기회 박탈"

"휴학 동참하지 않으면 낙인찍혀…선배들도 압박"

"거리로 나온 의대생들, 공공의대 필요하다는 증거"

"일방적 정책 추진 저지…전공의들 이제 돌아올 때"

"남은 인력으로 진료 불가능…국민 지지 못받아"

"의사 목소리는 환자 곁에서 가장 큰 힘 얻어"

"투쟁 동참 안하면 반역자로 몰려"…전공의 내부 다른 목소리↑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의 무기한 파업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 사회 일각에서 이번 파업과 의료 정책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의료계 내에서 파업과 정부 정책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묵살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정부와의 협상에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만큼 이제는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1일 페이스북에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라는 이름의 계정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기고글을 통해 "코로나19로 드러난 공공 의료의 필요성이 주목받는 지금은 의대생들이 공공 의료에 대해서, 의료 격차와 건강 불평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가장 큰 학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 다시 없을 학습의 기회는 의사 사회의 정치 파업에 의해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실습 가운을 입고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마주친 전공의 선생님으로부터 왜 집단 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전체주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휴학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어려웠는데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동기들로부터의 낙인으로 한번 위축되고, 의사 집단 모두가 결의를 다지는 데 동참할 것을 강요하는 선배의 암묵적인 압박에 한번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상적인 실습도 어렵고, 심리적인 부담감까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한국의 의료 공급 구조의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시간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 현실을 왜곡한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했다"며 "그리고 의사 사회는 '그것이 너희가 말해야 하는 유일한 정답'이라며 젊은이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원을 보냈고, 이에 집단행동에 뛰어든 학생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심정적으로 동의해 단체 행동에 참여했으나, 모든 게 비정상이 되어버린 학사일정 속에서 '과연 이렇게까지 뛰어들 이유가 충분했는가?'하는 의문 속에 길을 잃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합리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부담이 돼버렸다. 지금의 의대생 사회는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매도의 대상이 되고, ‘이탈자’, ‘반역자’로 몰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또 "공공병상수 최하위권에 지역별 의료 격차가 극심한 한국과 같은 나라의 의학도들이 공공의료의 정의조차 모르고 있으며, 공공의료가 부족하지 않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은 학교에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교육목표는 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개 의료의 공공성, 의사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지역 사회의 건강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일차 의료인을 기르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지금 거리로 나온 의대생들은 이런 목표가 실패한 증거다. 공공의료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공공 의대에 반발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이들이 곧 공공의대가 필요한 살아있는 증거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기한 파업 투쟁에 돌입한 전공의들이 이제는 현장으로 돌아올 때라는 의견도 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는 "단체행동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의료계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처음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며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정부로부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이젠 하루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지킬 때"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는 남은 사람들이 희생해 빈자리를 채웠다"며 "하지만 무기한 파업이 지속된다면 지칠 대로 지친 소수의 인력으로는 적절한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또 "국민들이 의사를 지지해 줄 때에야 비로소 단체행동은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반대로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을 때 의료계의 단체행동은 '국가 보건의 퇴행을 막겠다'는 명분이 퇴색되고 당위를 상실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 놓은 정책은 실망스럽고 환자의 진료권 향상에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휴업을 통해 환자의 진료권을 더 축소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해를 받기 어렵다"며 "현재의 집단 행동을 중단한다고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현장으로 돌아와 함께 바꾸어 나갈 때"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목소리는 환자의 곁에서 가장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의료 현장으로,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 환자들 곁을 지키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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