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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강화에도 확진자 왜 늘었나…전문가들 "2단계 실패 여파"(종합)

등록 2020.09.02 15: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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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효과, 2주 후 나타나기 전 등락 반복돼

"2단계시 발생 환자 계속 나타나…2단계로 안돼"

감염경로 불명 24%…진단검사도 병목현상 속출

"정부, K-방역에 취해 위기 대응 방안 마련 못해"

"거리두기 2.5단계 효과 적어도 1~2주이상 봐야"

[서울=뉴시스] 2일 0시 기준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267명 늘어난 2만449명이다. 치료 중인 환자는 107명 늘어 4767명이 됐다. 확진자 중 완치자 비율을 나타내는 완치율은 75.09%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2일 0시 기준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267명 늘어난 2만449명이다. 치료 중인 환자는 107명 늘어 4767명이 됐다. 확진자 중 완치자 비율을 나타내는 완치율은 75.09%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6일 서울·경기, 19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23일엔 전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급기야 30일 수도권 지역에선 2.5단계로 격상했지만, 신규 확진자가 또 다시 증가해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후 줄었던 신규 확진자는 6일만에 다시 늘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2단계 조치 실패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단계 시행 당시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거리두기 2.5단계의 효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국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일 오전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267명으로, 전날 235명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닷새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날 다시 늘었다. 200~300명대에서 400명대로 증가한 8월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신규 확진자는 441명→371명→323명→299명→248명→235명이었다. 2일엔 전날보다 18명 증가해 267명을 기록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그동안 감염불명 사례로 역조사가 진행된 사례도 있고, 1~2주 전 노출됐던 유행이 지속되고 있어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급격하게 감소하진 않을 것"이라며 "상당수 증감을 반복하면서 감소 추세로 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강화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엎치락뒤치락했던 상황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다. 거리두기 효과는 시행 2주 후에 나타났다.

앞서 지난 2월 중순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다수 확진자가 나온 이후 정부는 지난 3월22일 오전 0시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시행일 오전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98명이었다.

일주일 뒤인 3월30일 일일 신규 확진자는 78명으로 줄었지만, 다음날인 31일 125명, 4월1일 101명으로 증가했다. 4월2일부터 5일까지 80~90명대를 기록했지만, 시행 2주가 지난 4월6일에서야 47명으로 줄어들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 4월6일 이후에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0~50명 사이를 오갔지만, 2주 후인 4월19일에 한자릿 수인 8명으로 줄어들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5단계 거리두기' 시행 이틀째인 지난 1일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0.09.01.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5단계 거리두기' 시행 이틀째인 지난 1일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19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 지역, 23일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거리두기 2단계 조치는 방역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서둘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발견되는 확진자들은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이후 잠복기를 거쳐 이제서야 발병한 'N차 감염' 환자"라며 "2단계 시행 후 최소 1주일이 지났는데도 환자가 오히려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지난주부터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방치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중환자를 치료할 수 없게 된다. 지금도 많이 늦은 감이 있고, 앞으로 이 증가 추세를 방치한다면 중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막을 방법조차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전국에서 24%, 서울에서만 30%라는 건 지역사회에 이미 방역당국이 신속하게 통제할 수 없는 정도로 확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선제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속도가 감염 전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대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19일 0시부터 이달 1일 0시까지 2주간 신고된 확진자 4421명 가운데 24.3%인 1076명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감염경로를 밝히기 위한 심층 역학조사도 이제서야 진행되거나 진행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대본은 현재 지자체와 함께 서울 구로구 아파트 집단감염 사례를 심층 조사 중이며, 이달 3~4일엔 스타벅스 파주야당점 집단감염 사례 현장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혜민병원에서 직원 등 관련자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서울 광진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0.09.02.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혜민병원에서 직원 등 관련자 1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일 서울 광진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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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단계 실패로 인한 여파는 진단검사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달 초 일일 환자가 20명대에서 중순 이후 200명대로 10배 넘게 증가했지만, 진단검사량은 10배 이상 증가하지 못했다"며 "같은 기간 하루에 '검사 중'인 건수가 1만건 선에서 5만건 선으로 늘어났다는 건, 늘어난 검체 채취 횟수에 비해 검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방대본의 국내 신고 및 검사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달 10일 '검사 중'인 건수는 1만6396건이었다. 그러나 같은 달 20일 3만4998건, 30일 5만8021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2일 오전 0시 기준으로 5만6748건의 검사가 진행 중이다.

김우주 교수에 따르면 지난달 초까지 검체 채취부터 검사, 통보까지 6~12시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검사 이후 확진 통보까지 24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확진 일자가 늦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검사 역량이 늘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오늘 신규 확진자 267명은 결국 지난달 30~31일 검사를 받고 어제(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의심환자 증가에 대비해 검사 규모가 확대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와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탁 교수는 "추적, 검사, 생활치료센터 등의 방식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중환자 병상 확보 등 위기 시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며 "K-방역에 취해 수개월을 낭비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우주 교수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방역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거리두기 3단계를 짧고 굵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거리두기 2.5단계에 대해 김탁 교수는 "거리두기 (2.5단계)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도 브리핑을 통해 "2단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거리두기 2.5단계)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1~2주 이상 걸리기 때문에 효과 확인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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