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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발표 미룬 '재정 준칙'…'고무줄 논란' 잠재울까

등록 2020.10.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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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내놓겠다던 기재부, 시점 미뤄

세부 기준·요건 두고 정치권과 조율 중

추가 논의 후 추석연휴 지나 공개할 듯

재정준칙 실효성 두고 여야 의견차 커

국정감사서 재정 준칙 공방 오갈 전망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0.01. photo@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10.01.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급격히 불어나는 나랏빚에 제동을 걸 '재정 준칙' 발표 시점이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졌다. 당초 정부는 9월 중 공개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추가 검토 작업 등을 거쳐 추석 연휴 이후에 내놓기로 했다.

세부 기준 등을 두고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고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고무줄 준칙' 논란에 부담을 느껴 늦게 내놓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발표를 한 차례 미룬 만큼, 이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9월 중 공개하겠다"던 재정 준칙의 발표 시점을 추석 연휴 이후로 조정했다. 지난 9월28일 김용범 기재부 제1 차관은 "(재정 준칙 발표를 앞두고) 당과 협의하는 절차가 마무리 단계다. 9월 중에 발표할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 기준이나 요건을 두고 정치권과 조율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 준칙에는 수입·지출·수지·채무 4개 분야에서 지켜야 할 기준이 담길 전망이다. 국가 채무 비율 등은 전년 대비 증가율 등 상대적인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을 고쳐 재정 준칙의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 채무 비율 등 구체적인 지표는 시행령에 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9.29.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9.29. [email protected]


고무줄 준칙 논란은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고칠 수 있어서다. 개정하려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령과 달리, 소관 부처가 일정 기간 입법 예고한 뒤 국무 회의 의결을 거쳐 발표하면 된다. 모든 개정 절차를 부처(기재부)-국무총리(국무 회의 부의장)-대통령(국무 회의 의장) 등 행정부 안에서 마칠 수 있는 것이다.

김용승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예컨대 재정 준칙 시행령에 '국가 채무 비율은 60%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고 담았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될 것 같으면 정부가 뚝딱 고칠 수 있는 셈"이라면서 "건전성을 지키겠다고 재정 준칙을 만드는데, 그 핵심인 구체적인 지표를 기재부가 시행령에 담는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유명무실"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엄격한 수준의 재정 준칙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재부가 지난 8월 2021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 재정 준칙을 함께 내기로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재정 준칙 도입을 재촉했다.

2010~2012년 기재부 제2 차관을 지낸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표현이 적절치 않지만 (기재부가 재정 준칙을) 조물딱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재정 준칙 발표를 늦추는 것은)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질의 순서에 항의하고 있다. 2020.07.2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질의 순서에 항의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현재 국회에는 야당이 발의한 '재정건전화법'(류성걸·송언석 의원)과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추경호·윤희숙 의원)이 계류돼있다.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45%의 국가 채무 비율을 지키도록 하고, 관리 재정 수지 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또 불가피하게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세계 잉여금을 모두 국가 채무 원리금 상환에 쓰도록 한다. 채무 규모 감축을 우선순위에 두기 위해서다. 의무 지출 증가나 조세 특례 사항을 새로 도입할 때는 재정 수입·지출 증감액 추계와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마련해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재정 준칙을 두고 여야 간 의견차가 확연한 만큼 국정 감사에서는 그 기준이나 실효성 두고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함께 검토되는 '페이고'(Pay-go) 원칙에도 비판이 나온다. 이 원칙은 정부가 새 재정 지출 항목을 추가할 때 재정 수지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자체로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014년 기재부가 조세 지출 기본 계획에 이 원칙을 포함했지만, 당시에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결국 발표 미룬 '재정 준칙'…'고무줄 논란' 잠재울까


이번에 페이고 원칙 도입을 재시도하는 셈이지만,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점이 문제다. 재정 준칙의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이달 중 만들어지더라도, 입법 예고 등 이후 절차를 고려하면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는 시점은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예 기간까지 두면 적용 시기는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일찍이 재정 준칙을 "유연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인 위기가 다시 발생했을 때 재정 준칙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재정 준칙은 기재부가 이달 초 '2020~2060년 장기 재정 전망'을 내놓으며 "재정 적자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게 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2021년도 예산안을 함께 내놨던 기재부가 "2020년 839조원인 국가 채무액은 2024년 1327조원까지 늘어난다"고 밝히면서 재정 준칙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정부가 제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가 채무액은 847조원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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