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초정통파 행사서 압사 사고…44명 사망·150명 부상(종합2보)
수용 정원 4~5배 인원이 몰리면서 비극 발생
사망자 대부분 예루살렘 기반 초정통파 신도
일부 초정통파, 압사 사고에도 축제 지속 주장
[갈릴리=AP/뉴시스]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라그 바오메르'(Lag B'Omer) 기념행사 도중 압사 사고가 일어나 구조대원들이 수습한 사망자 시신 부근에서 대응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유대교 성지순례 행사에 약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최소 44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라그 바오메르'는 유대교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를 기념하는 날로 순례자들은 매년 메론산의 묘역을 방문한다. 2021.04.30.
현지 구조대는 애초 현장에서 38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부상자 6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면서 30일 현재 사망자가 모두 44명으로 늘어났다. 부상자는 적어도 150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18명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사망자 대부분이 예루살렘을 본거지로 하는 초정통파 종파(Toldot Aharon hassidic)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참사 원인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초기 보도에 따르면 10만명이 입장한 가설 행사장의 스탠드 일부가 무너지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조 작업에 참여한 군은 행사장 지붕 일부가 떨어졌다고 했다.
경찰은 예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부 참석자가 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다른 참석자들을 짓누르는 '인간 눈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비극은 철제 경사로를 중심으로 벌어졌다"면서 "일부 참가자가 경사가 있는 계단에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지면서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구조대 대변인은 YNET과 인터뷰에서 "이번 비극은 과밀 사태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응급의료 단체인 헤지젤라 대표 엘리 비어도 육군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정원의 4~5배가 넘는 사람이 입장했다"면서 "이로 인해 4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고 지적했다.
[갈릴리=AP/뉴시스]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 열린 '라그 바오메르'(Lag B'Omer) 기념행사 도중 압사 사고가 일어나 구조대원들이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유대교 성지순례 행사에 약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최소 44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라그 바오메르'는 유대교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를 기념하는 날로 순례자들은 매년 메론산의 묘역을 방문한다. 2021.04.30.
또다른 목격자는 채널12 방송에 "주최 측이 확성기로 해산을 요청했을 때 사람들이 질식하거나 짓밟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의심스러운 꾸러미로 인한 (폭탄) 경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여기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사고 이후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소방관은 물론 군부대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공군 헬기 6대와 응급차 250대를 동원해 환자를 이송했고, 행사 참가자를 버스 300대를 동원해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운반용 비닐에 쌓인 시신이 줄 지어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사고는 유대교 초정통파들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 메론산에 위치한 유대교 랍비 시몬 바르 요차이 무덤에 모여 모닥불을 피워놓고 철야 기도를 하는 이른바 '라그바오메르' 축제 도중 발생했다.
라그바오메르 축제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이유로 불허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감염률 감소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개최가 허용됐다. 이는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 종교행사였다고 현지 매체는 설명했다.
[예루살렘= AP/뉴시스] 이스라엘의 라그 바오메르 축제에 참가한 유대교 정교회 신도들이 29일(현지시간) 브네이브라크에서 모닥불을 피워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규제는 지켜지지 않았다. 주최측은 29일 오후 12시께 10만명이 축제 현장에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고 다음날 오전까지 10만명이 추가로 도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5만명이 축제 현장에 있었다는 또다른 추정치도 있다. 채널12는 시몬 바르 요차이 무덤에 9만명이 몰려들었다고 타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현장 영상을 인용해 사고 직전 가설 행사장에서 수만명의 군중이 스탠드를 오르락 거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당국이 질서 유지차 경찰과 구급대원 수천명을 배치했다고도 했다.
리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부상자들의 치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메론산에서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다"며 "우리 모두는 부상자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은 초정통파 수백명이 압사 사고 이후에도 시몬 바르 요차이의 무덤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초정통파들은 압사 사고에도 축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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