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K-바이오 랩허브 탈락에 '부글부글'…"아이디어 뺐겨"
최초 아이디어 제안 불구 돌연 공모 전환에 '쓴잔'
대전형 자체 K-바이오 랩허브 추진키로
【대전=뉴시스】조명휘 기자 = 공무 출장 차 미국을 방문 중인 허태정 대전시장이 17일(현지시간)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바이오스타트업 전문육성 기관인 랩센트럴(Lab Central)을방문해 운영현황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2019.04.18. (사진= 대전시 제공) [email protected]
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 구축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고 공표하자 대전시에서 터져나온 반응이다.
대전시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애초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대전시가 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미국 보스턴을 방문한 허태정 대전시장이 바이오스타트업 전문육성 기관인 랩센트럴(Lab Central)을 방문해 운영상황을 살펴본 뒤 지역에도 유사한 같은 기능을 하는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중기부에 제안을 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시는 2023년까지 대덕연구개발특구내에 보스턴 바이오 랩센트럴을 모델로 하는 창업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했었다.
연면적 1만3860㎡ 7층 규모의 건물에 벤처기업과 기업부설연구소, 메디컬디바이스 회사, 공동장비실과 코워킹공간, 커뮤니티 시설 등이 망라된 거점 기관을 고려했었다. 총 사업비 규모는 약 2000억원이다.
그러나 중기부는 이 사업을 전국 자치단체 공모사업으로 결정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전시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전개였다.
유치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당위성을 설파해왔다. 유치의향서를 내기 직전엔 충남도와 세종시의 지원 약속을 끌어내기도 했다. 22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을 했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도 움직였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허태정 시장은 일단 수용의사를 내비쳤지만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직접 중기부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소화했다. 단체장이 직접 PT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전=뉴시스]조명휘 기자 = 허태정(왼쪽 위) 대전시장이 29일 오후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만나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대전시 제공) 2021.06.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저는 K-바이오 랩허브가 중소벤처기업의 네트워킹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으로 바라봤는데,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신약개발 기관으로서의 기능해 관심을 더 가진 것 같다"며 중기부 사업이면서도 대기업이 고려된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공모방식에 대해선 "공모방식이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효과도 있지만, 17개 자치 단체를 상대로 공모를 하는 방식은 과다출혈이다. 지방은 서울·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공모방식은 신중해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전은 30년간 바이오 산업을 키워왔고 500개 바이오벤처가 있는 지역으로, 지역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서울 수도권을 지역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은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도 쓴소리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K-바이오 랩허브는 대전이 최초로 제안한 사업으로, 대전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갈등만 유발하고 수도권 편중만 심화시키는 국책사업 공모방식은 개선돼야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인천시장 출신인 송영길 대표를 겨냥해 "여당 당대표가 나선 정치력 싸움 결과로 대전이 탈락한 것이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면서 "대전이 가진 바이오 관련 인프라와 실력이 부족해 송도에 사업을 넘겨준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대전시는 '대전형 바이오 랩허브' 육성계획을 자체 추진하기로 했다.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와 연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AIST 등 우수한 연구인력을 활용해 대전만의 바이오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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