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방역 완화 아닌 '지속가능' 초점…"당장 논의 시작해야"
정부, 9말10초 위드 코로나 검토…"1차 접종 70% 이상"
접종률 따른 방역 완화 아냐…위험 평가→대응법 마련
치명률·의료체계·변이 등 위험도 측정…유행 감시 계속
접종률 제고·의료체계 부담 축소…"자가치료 확대 검토"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 되면서 의료진은 대내외 잡음속에도 아랑곶하지 않고 의료현장을 지키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 한 의료진이 허리를 숙인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8.24.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예방 접종과 함께 현재의 의료체계를 강화해 지속가능한 방역 체계를 확립하는 게 위드 코로나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도 당장 시작해 국민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드 코로나≠방역 완화…위험도 평가 후 대응법 마련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계절 독감)처럼 중증화율과 사망률로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9월 말~10월 초는 전 국민 1차 접종률 70% 이상을 달성하는 9월 말~10월 초에나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위드 코로나의 핵심은 코로나19 위험도 평가와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방역 완화'라는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간 단기적으로 의료진, 방역 관련 공무원, 역학조사관,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 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했지만 그 대응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상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강제적 조치와 생계 타격을 최대한 줄이고, 감염 위험도 같이 낮출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각국은 이동 제한, 운영 금지와 같은 봉쇄 전략을 통해 유행을 관리해 왔다. 지난해 말부턴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예방접종이 진행 중이지만,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파 속도가 높고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봉쇄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행 초기 국경 봉쇄로 코로나19를 통제한 뉴질랜드는 최근 지역사회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뉴질랜드의 접종 완료율은 지난 16일 기준 17.66%에 불과하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접종 완료율이 50% 이상인 미국, 영국, 이스라엘의 15~21일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각각 2979명, 3132명, 5578명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 244명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위험도 측정 어떻게…접종·입원율·치명률·의료체계 등
위험도 측정, 위드 코로나 전환과 관련해선 영국 사례를 참고해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월22일 봉쇄 완화 4단계 청사진을 마련했다. 지난달 19일에는 4단계에 돌입했다.
영국 정부가 주기적으로 보는 데이터는 총 네 가지다. 구체적으로 ▲백신 접종을 성공적으로 계속 ▲예방접종을 통한 입원율·치명률 효과 ▲의료체계가 지속 불가능할 정도의 확진자 발생이 없을 때 ▲새로운 변이 발생으로 위험 평가 체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 때 등을 분석한다. 네 가지를 4주간 분석한 후 5주 간격으로 다음 단계로 진행했다.
특히 학기 말에 맞춰 야외에서 더 많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제한 해제를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다.
단, 봉쇄를 완화하더라도 진단검사, 추적·격리, 변이 감시 등을 이어간다. 어떤 백신도 100% 효과적이지 않고, 코로나19 변이가 계속 발생하고, 제한이 해제되면서 더 많은 확진자와 입원·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런던=AP/뉴시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파링던의 피아노 웍스가 재개장한 후 젊은이들이 무도장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이날 0시를 기해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수천 명의 젊은이는 '자유의 날' 파티를 열어 춤을 추며 밤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최근 델타 변이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서는 와중에도 규제를 완전 해제했다. 2021.07.19.
위드 코로나 준비하려면…의료체계 부담 줄여야
다만 접종률 제고와 함께 확진자가 증가할수록 부담이 가중되는 현행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장 부연구위원은 "백신 접종만이 만능은 아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우리보다 감염 수준이 높고 사망자도 발생한다"며 "제일 중요한 건 중환자 병상, 인력, 장비를 포함한 중증 환자 치료 여력"이라고 강조했다.
4차 유행으로 위·중증 환자가 300~400명대로 증가하자 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 소재 민간병원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병상 확보 행정명령은 코로나19 유입 이래로 세 번째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중환자를 돌볼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ECMO),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기기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무증상·경증 환자를 자가치료로 돌려 의료인력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제안된다. 보통 감염병 전담병원 의료인력이 생활치료센터 환자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가치료를 확대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도 중환자는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중환자 치료 체계 유지가 첫 번째로 중요하다"며 "보통 감기에 걸리면 집에서 쉬듯 코로나19 감염 이후 집에서 격리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재택치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학교 기숙사에 마련된 경기도 제14호 생활치료센터에서 확진자 이송 등을 위한 구급차와 버스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1.08.11. [email protected]
언제 가능할까…"지금 논의하면서 조금씩 전환해야"
장 부연구위원은 "위드 코로나는 전문가 그룹이 토론하고, 정부가 논의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사회적·심리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9월 말이나 10월이 돼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방역 정책 전환에 있어 정부와 방역 당국만 논의할 게 아니라 경제·문화·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폭넓게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무증상·경증 환자 자가치료 전환과 같은 의견이 분분한 조처들을 비롯해 등교 전면 확대, 야외 집회 1인 제한 등과 같은 방역 조처에 대한 합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장 부연구위원은 "지금부터 논의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위드 코로나의 핵심 포인트"라며 "방역 완화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현실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9월 말~10월 초에나 위드 코로나 전환을 논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날 "수학적으로 판단해볼 때 국민의 70% 정도가 (1차) 접종을 마치는 시점이 사람 간 전파가 조금 줄고, 환자가 감소세로 전환될 수 있는 하나의 기전이 마련되는 때"라며 "많은 면역력이 형성돼 비교적 낮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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