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①]"은마도 1억 넘게 빠져"…식어가는 강남3구 대세 하락?
강남지역 대표 단지 실거래가 1억 이상 하락 거래 계속
집값 급등·금융 규제·대선 불확실성 가중…주택 수요 '뚝'
"정상적인 시장 기능 작동 안 해"…대세 하락 판단 일러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은마아파트. 2021.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지난해 말부터 거래가 뜸해져 일찍 문을 닫아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가 하루에 1건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매물이 조금 늘었는데 매수 문의 자체가 끊겼다"며 "대선이 끝날 때까지 거래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이자 지난해 부동산 열기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주택 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하고, 강남지역 일부 단지에서 기존 매매가격 대비 1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대출 규제, 추가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금융 규제로 매수 수요가 사라지면서 집값 상승 동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둘째 주(15일 기준)부터 100이하로 떨어진 뒤 10주 연속 '매수자 우위'를 이어오고 있다. 강남3구가 속한 동남권 매매수급도 89.2까지 하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100 이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대선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관련 지표들이 혼조세를 보이고, 일부 단지에서는 여전히 신고가가 나오면서 시장의 방향을 속단하기에 이르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한국부동산원은 1월 마지막 주(3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모두 보합세를 나타냈고, 수도권(0.00%→-0.02%)은 약 2년 반(132주)만에 하락장에 접어들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 아파트값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의 아파트값이 하락했고, 6개 구는 상승을 멈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하락했다.
강남지역에서는 송파구가 보합(0.00%)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멈췄다. 또 강남구와 서초구는 보합 수준인 0.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동작구(-0.01%)·강동구(-0.01%)는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며 하락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글로벌 통화긴축 우려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매수심리 크게 위축됐다"며 "추가 금리인상과 전세가격 하락 등 다양한 하방압력 맞물리며 약 1년 8개월 만에 서울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강남지역 일부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는 지난달 11일 2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24일 26억3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또 지난해 11월 8일 41억4000만원에서 거래된 대치동 한보미도아파트(전용면적 128㎡)는 지난해 12월 13일 38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와 함께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전용면적 116.19㎡)는 지난해 12월 17일 직전 신고가인 28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하락한 27억원에, 지난해 12월 4일 25억7000만원에 거래된 리센츠(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2일 25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거래량도 줄면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출 규제와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가 사실상 사라졌고,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강남권 학원가를 찾는 수요가 줄어든 점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일부 지역 재건축 단지 등을 향한 매수세가 여전한 만큼 대세 하락으로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또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등으로 주택 수요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대세 하락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집값이 하락한다면 대세 하락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일부 급매물 거래만 가지고 대세 하락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오는 3월 대선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전통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곳인 강남지역은 대선 결과에 따라 주택 수요의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혼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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