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40% 오른 식용유 '가격 비상'…인니발 악재 어디로
인도네시아, 28일부터 팜유 수출 금지 '후폭풍'
한국, 인도네시아서 팜유 56% 수입해 타격 불가피
치킨 등 외식업체, 라면·제과업계 등 원가 부담 커질 듯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팜유가 수출용으로 빠져나가며 내수 식용유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28일부터 팜유와 팜유 원료 물질의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라면이나 과자·빵 등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팜유는 전체 팜유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어 제품 생산 차질 및 제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울 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자 모습. 2022.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팜유의 56% 정도를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 이번 수출 금지가 장기화하면 팜유를 사용하는 식품 및 화장품 업계의 원가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는 제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서민 물가를 또 한번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팜유는 기름야자나무 열매 과육에서 얻는 식물성 지방으로, 라면·과자 등 식품 뿐 아니라 비누, 양초, 화장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쓰인다.
인도네시아, 자국 시장 안정 위해 팜유 수출 금지
인도네시아가 수출에 빗장을 걸면서 글로벌 팜유 공급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팜유 수출 금지는 자국 시장 안정을 위해서다. 지난해 글로벌 팜유 가격이 큰 폭 오르자 인도네시아 팜유업자들이 수출에 집중하면서 정작 자국 시장에서는 팜유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의 주요 팜유 수입국으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꼽을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팜유 수출 물량 중 56%에 해당하는 34만1802t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했다. 나머지 44%인 26만3637t은 말레이시아 산이다.
식품업계 대부분 말레이시아 팜유 사용…사태 예의주시
또 다른 풍선 효과도 문제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가 장기화하면 말레이시아산 팜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말레이시아산까지 가격이 뛸 수 있다.
실제 농심과 오뚜기, 삼양라면 등 주요 라면 3사는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 개월치 팜유 재고량을 확보한 상태로 당장 물량 확보에 어려움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후폭풍을 우려한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현재 6개월 정도 재고를 확보했지만, 인도네시아 수출 금지가 장기화하면 팜유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팜유 가격도 2020년에 비해 2배 가량 오른 상황인데 사태가 더 악화되면 아무래도 라면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6일(현지시간) t당 팜유 가격은 6400링깃(18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62% 급등했다.
농심 관계자도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사용해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예기치 못한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과업계도 팜유 발 불안 현상은 마찬가지다. 만약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등 식용유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면 제과나 제빵 등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나올 수 있다.
외식업계도 발등의 불…팜유 공급부족 후폭풍 예상
이렇게 팜유 부족으로 식용유 가격이 더 오르면 결국 외식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교촌은 카놀라유를 많이 쓰는데,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이 중단되면 대체 식용유 가격까지 오를 수 있어 다른 제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bhc 치킨도 마찬가지다. bhc치킨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bhc치킨은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하는데, 15ℓ 한 통에 지난해 7만원 정도 하던 것이 올해는 9만원대로 올랐다"며 "곧 10만원을 넘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전골목 한 빈대떡 가게에서 직원이 튀김을 기름에 튀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생산되던 원자재 관련 제품 가격이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특히 식용유·쿠킹 포일·밀가루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전통시장에서 빈대떡이나 튀김 등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2022.04.06. [email protected]
자영업자들 식용유 가격 상승에 한숨…전년보다 40% 올랐다
서울 성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옥수수유 18ℓ 한통 가격이 지난해보다 40% 올라 현재 5만원대"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B씨도 "콩기름 18ℓ 한통 가격이 종전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처럼 식용유 값이 급등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차질과 국제곡물 가격 상승 때문이다. 이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과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금지까지 이어지며 식용유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생산의 절반 정도를 담당하는데,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해바라기씨유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두유 가격 급등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6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3.08% 오른 파운드당 85.29센트였다.
팜유의 또 다른 대체제인 해바라기씨유도 가격 고공 행진은 비슷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 조치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팜유는 계면 활성제 등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며 "팜유뿐 아니라 모든 원부자재를 3~6개월치 보유하고 있어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원가 부담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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