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L, 카드사도 뛰어든다…문제없나
네이버페이·쿠팡, BNPL 서비스 인기
국민카드, 하반기 서비스 출시 예정
연체 등 리스크 관리 필요성 제기돼
[서울=뉴시스]쿠팡의 BNPL 서비스 화면(사진=캡처)2022.05.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핀테크업계가 후불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해 인기를 끌면서 카드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선 빅테크기업에 사실상 신용 판매업을 허용해 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BNPL 산업 진출을 결정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올해 3분기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 사내벤처팀 '하프하프'는 최근 통합 결제 서비스 기업 다날과 후불결제 서비스 구축·운영을 위한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먼저 비금융정보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도 국내 1호 대안신용평가 기업 크레파스솔루션과 함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BNPL은 '선결제-후지불' 서비스다. 가맹점은 후불결제사(BNPL기업)로부터 판매대금을 선지급받고, 고객은 해당 금액을 무이자로 일정 간격 나눠서 납부할 수 있다. 지난 1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가장 초기 신용카드의 구조"로 평가했는데, 고객이 자신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해당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분할납부 거래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신용카드 거래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그만큼 이 결제 방식은 신용카드 결제처럼 밴사(부가통신사업자), 신용정보회사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에 현재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씬 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BNPL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스웨덴은 온라인 결제의 25%가량이 BNPL로 이뤄지고 있다. 해외 주요 BNPL기업으론 애프터페이, 클라나 등을 들 수 있는데 2020년과 비교해 지난해 거래 규모가 각각 98%, 76% 증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NPL 시장이 2025년까지 15배 성장해 최대 1조 달러(약 115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들도 BNPL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간편결제 기업 페이팔은 '페이 인 4(Pay in 4)'라는 무이자 할부 옵션을 출시했다. 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100달러 이상 구매 시 최대 24개월간 무이자로 분할 납부할 수 있는 '플랜 잇(Plan it)' 서비스를 내놓았다. 애플도 '애플페이 레이터'라는 이름으로 BNPL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BNPL 서비스는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통해 월 최대 30만원 한도로 조건부 허용하면서 서비스 도입이 가능해졌다. 현재 국내 후불결제 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 쿠팡은 한 달 30만원까지 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 1월부터 월 15만원 한도로 '후불형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행했다. 향후 쇼핑 등 일반결제에 대한 후불결제 서비스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시 1년째를 맞는 네이버페이의 BNPL 서비스의 연체율이 신용카드 연체율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고객의 지난 3월 연체율(1개월 이상)은 1.2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연체율 0.54%의 두 배가 넘는다.
이미 BNPL이 활성화된 해외에선 이 서비스가 과소비와 연체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후파이낸스는 지난해 금융회사 크레디트 카르마의 조사를 인용해 "미국 BNPL 이용 고객의 34%는 최소 1건 이상의 결제를 연체했고, 72%는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영국, 호주, 미국 등 각국의 감독당국은 BNPL 산업과 관련한 법 개정 및 감독권 행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채무부담능력 평가, 취약계층의 보호 중심의 규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BNPL은 지표들 몇 가지로 한도를 부과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잘 될지 의문이다. 심사가 제대로 안 되는 만큼 감당할 수 있는 여력 이상의 사용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30만원씩 세 곳에서 이용하면 평균 한 달 생활비 정도되는 90만원은 거뜬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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