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투, 금수저?…'Z세대 하드코어'로 BTS·방시혁과 이별송

등록 2022.05.09 20:23:50

오늘 미니 4집 '미니소드 2 서스데이스 차일드' 발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멤버 수빈(왼쪽부터), 휴닝카이, 범규, 연준, 태현이 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미니 4집 ‘minisode 2: Thursday’s Child’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5.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가 9일 네 번째 미니 앨범 '미니소드 2 서스데이스 차일드(minisode 2: Thursday's Child)'를 발매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2019년 데뷔 앨범 '꿈의 장: 스타(STAR)'를 시작으로 정규 1집 '꿈의 장: 매직(MAGIC)', 미니 2집 '꿈의 장: 이터니티(ETERNITY)'까지 '꿈의 장' 시리즈를 통해 꿈을 좇는 소년들의 성장 서사를 썼다.

지난해 정규 2집 '혼돈의 장: 프리즈(FREEZE)'와 리패키지 앨범 '혼돈의 장: 파이트 오어 이스케이프'를 내놓으며 마무리한 '혼돈의 장' 시리즈에선, 꿈을 함부로 침공한 이들 앞에 겁을 먹거나 도망치고 싶어했다.

'꿈의 장'과 '혼돈의 장' 사이 2020년 선보인 미니 3집 '미니소드 1 : 블루 아워(minisode1 : Blue Hour)'는 친구 관계의 변화로 인해 모든 게 낯설어 보이는 소년들의 이야기였다. 두 개의 장을 잇는 징검다리 역을 확실히 했다.

이번 미니 4집 '미니소드 2 서스데이스 차일드'는 '혼란의 장'을 잇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 이별로 인한 복합적 감정을 담는다. 유럽에서 널리 퍼져 있는 영국의 전승 동요집 '마더 구스(Mother Goose)' 중 '서스데이스 차일드 해스 파 투 고(Thursday’s Child Has Far To Go·목요일에 태어난 아이들은 먼 길을 떠난다)라는 문구를 차용했다.

미국 가수 어사 키트(1927~2008)가 '서스데이스 차일드'를 자서전 제목으로 썼고, 영국 글램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1947~2016) 역시 동명곡을 내놓은 만큼 이미 영미권 뮤지션들 사이에선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테마. '목요일의 아이'는 삶에서 좌절을 겪는 동시에 '먼 길'을 떠나며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걸 뜻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소속사 빅히트 뮤직 역시 이번 테마에 대해 이별 후 현실 부정, 체념, 분노, 상실감 등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이런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출한 뒤 마침내 관계의 끝을 받아들이는 소년을 그린다고 설명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태현(20)은 이날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레이블과 협의한 주제예요. 갈길이 멀다는 뜻과 함께 이별 후에 극복을 할 시간이 멀다는 의미도 있어요. 저희 역시 보여드릴 것이 많아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런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K팝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한 팀 중 하나다. 데뷔 때부터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동생 팀으로 불리며 '금수저 그룹'으로 통했다. 방탄소년단이 각급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 그래미어워즈 레드카펫에 섰을 때 이들을 호명,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데뷔 전까지 성장통이 없었을까. 이번 앨범 수록곡이자 인디팝이 가미된 팝 발라드 '트러스트 펀드 베이비(Trust Fund Baby)'에서 '금수저'를 보며 느끼는 소년의 박탈감과 체념, 세상을 향한 냉소를 담았다. 자칫 아이러니한 곡일 수 있지만 이들이 하이브(옛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기 전 겪은 삶과 노력을 먀냥 배제하기는 힘들다.

태현은 "데뷔 전엔 저희 역시 각자의 삶이 있었어요. 그 때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경험에 대한 부러움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 가사가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사실 데뷔 직후가 더 힘들었을 법하다. 방탄소년단을 계승하는 걸 넘어, 다른 지점을 보여줘야 했을 테니까. 하이브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데뷔 당시 힙합을 기반으로 삼았던 방탄소년단은 청소년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 맞섰다. 반면 초창기 몽환적인 신스팝 장르를 활용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현실에서 약간은 벗어난, 동화적 판타지를 좇았다.

그런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성장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흑화(黑化)돼야 했다. 그걸 상징화한 것이 이번 앨범 타이틀곡 '굿 보이 곤 배드(Good Boy Gone Bad)'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특별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첫 사랑이 끝난 뒤, 몰아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흑화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다.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쓰레기 더미에 누워 있는 소년의 모습 위로 첫이별을 경험한 후의 모습이 회상처럼 펼쳐진다. 어둑한 뒷골목과 공중전화 부스, 화장실과 도로 등의 장소에서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별을 맞이하는 다섯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별 대상은 단순히 친구나 연인이 아니다. 그건 방탄소년단이나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난 걱정 안 된다"고 얘기해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일 수도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성장하기 위해선 그렇게 익숙한 것들과 이별해나가야 한다.

처음으로 맞이한 이별의 순간을 플래시백으로 펼쳐지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 비유한 얼터너티브 R&B '오프닝 시퀀스', 첫 이별을 겪은 소년이 네 번째 손가락 위에 남은 커플 타투를 보며 느끼는 상실감과 후회, 체념을 그린 컨템퍼러리 R&B '론리 보이(Lonely Boy)'(연준·휴닝카이 유닛곡), 앨범의 테마가 된 곡이자 자기 관리를 하는 의미의 해시태그 '#breakup_glowup'도 차용한 청량한 복고풍의 신스팝 '서스데이스 차일드 애스 투 고(Thursday's Child Has Far To Go)'(수빈·범규·태현 유닛곡)까지, 그렇게 모두 이별을 노래하며 성장하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지난해 성장세는 무서웠다. '혼돈의 장: 프리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5위에 오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21년 연말 결산 차트 '빌보드 200'에 진입하는 등 주요 글로벌 차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이번 앨범은 선주문만 146만장을 기록, 밀리언셀러 등극을 예고했다.

태현은 "이별이라는 테마를 잘 관통한 이번 앨범 역시 이전 앨범처럼 '명반'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가능하다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다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된 대면 콘서트를 열지 못했다. 팬덤 '모아(Moa)'와 소통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는 7월 2~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을 시작으로 미국 등지를 도는 첫 월드투어가 예정된 만큼 이들은 더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록 기반의 노래들인 만큼 라이브 밴드와 협업도 예상 가능하다.

태현을 비롯 리더 수빈(22), 범규(21), 연준(23), 휴닝카이(19) 등 스무살 안팎의 Z세대 멤버들은 또래에게 비교적 덜 익숙한 록 장르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이번 '굿 바이 곤 배드'는 록 사운드가 가미된 하드코어 힙합 장르의 곡이다. 정규 2집 리패키지 역시 이모코어, 팝 펑크 등 록을 내세웠다.

태현은 "저희 멤버들에게 일단 록 사운드가 잘 어울려요. '록 네버 다이'라는 말처럼 또 록은 돌고 돈다"면서 "저 역시 (미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음악을 여전히 듣죠. 잊혀질 법하지만 잊혀지지 않은 매력의 장르가 록입니다. 기타 소리, 드럼 소리는 가슴을 울리는 매력이 있죠"라고 신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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