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없는 귀' 인공와우 이식 금기 깨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팀
달팽이관 없는 귀 인공와우 이식효과 첫 입증
달팽이관 옆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이식 시도
일반 인공와우 이식술과 효과 동등한 수준
달팽이관 무형성증 유발 변이 세계 첫 규명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김봉직 세종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2022.06.29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팀(세종충남대병원 김봉직 교수 공동연구)은 달팽이관이 형성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인공와우 이식술 장기 성적 연구 결과를 29일 이같이 밝혔다. 인공와우 이식이란 달팽이관에 심은 전극이 직접 소리 신호를 전기적인 자극으로 바꿔 청각 신경을 거쳐 뇌까지 소리를 전달해 주는 수술법이다.
최 교수팀은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 6명의 전정기관에 인공와우 전극 삽입 가능성과 안정성을 파악하기 위해 와우전정신경의 상태를 검사한 후, 환자별 최적의 전극 위치를 찾아 인공와우를 삽입했다. 아울러 ▲듣기능력 평가 'CAP 스코어' ▲단어·문장 인식 ▲발음 등 평균 6년 간 추적관찰을 하며 환자의 청력을 검사했다.
연구 결과 환자 6명 모두 수술 후 4년 이내 짧은 문장은 입모양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인 CAP5를 달성했다. 이 중 3명은 최고 수준의 청취능력 등급이자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CAP7을 받았다. 수술 후 3년 이내 단어·문장 인식과 발음에서도 절반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고, 7년 이내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은 기형 없는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호전됐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달팽이관이 없는 환아에게도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하고 추적관찰한다면 청력과 언어발달 장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금기라고 여겨졌던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 대상 인공와우 이식술의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며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에게 성공적인 인공와우 이식술을 하기 위해서는 와우전정신경의 상태와 수술 중 전기적으로 유발된 복합활동 전위를 고려해 전극을 이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김 교수와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유발하는 난청 유전자가 ‘GREB1L(Growth Regulation by Estrogen in Breast cancer 1-Like)’ 라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교수팀은 분자유전학적진단을 활용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421례의 인공와우 이식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달팽이관 무형성증의 60%에서 GREB1L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우열·분리·독립의 법칙같은 멘델 법칙을 따르지 않는 유전양식을 갖는다는 것도 규명했다.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자의 검사 결과 GREB1L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와우전정신경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환자는 전정기관에 인공와우전극을 조기에 이식받아 청력과 언어발달의 문제없이 자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GREB1L 유전자 변이는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라면서 “달팽이관 무형성증을 포함한 난청을 야기하는 유전자들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태아기 때 형성되는 달팽이관은 유전이나 약물 또는 다른 기전으로 인해 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기형이 심하지 않을 경우보청기 치료를 진행하지만, 심할 경우 보청기로 아무리 소리를 증폭시켜도 들리지 않기 때문에 청신경에 직접 자극을 줘 말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인공와우 이식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달팽이관 무형성증 환아는 인공와우 전극이 삽입되는 달팽이관 자체가 존재하기 않아 인공와우 이식술은 ‘그림의 떡’이었다. 청력 장애와 언어발달 장애 등 여러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 분야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오터라이널래링갈러지(Clinical Otorhinolaryngoloy)’와 ‘클리니컬 앤 익스퍼리멘털 오터라이널래링갈러지(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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