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 침공 러 통해 中 "도전" 규정…"러와 공동 안보 위협 판단"
CNN, "민주주의와 독재"가 다르다는 생각 확산시키고
민주국가들 '러·중 공동 안보 위협' 입장 갈수록 커진다
[마드리드=AP/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에서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윤석열 대통령. 2022.06.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개최한 큰 목적 중 하나가 새로운 중국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이 NATO 전략개념에 "도전"으로 명시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처음 개정되는 전략개념은 나토가 대처해야할 안보 과제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향을 규정한다.
이와 관련 미 CNN은 29일(현지시간) "유럽이 러시아란 렌즈를 통해 중국을 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가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지난 28일 주요7개국(G7) 정상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최근 몇 년 새 중국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으며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비난을 거부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그같은 우려가 한층 강화돼 왔다.
아직 중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이견이 남아 있다.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가 전적으로 러시아에 집중하기를 바라지만 미국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국제 질서에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못박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둘러싼 회원국들간의 이견이 크게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유럽과 중국 사이에 틈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중국으로서도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독일 마샬펀드 아시아 프로그램 대서양담당 선임 연구원인 앤드류 스몰은 "G7 공동성명과 나토 전략개념에 중국에 대해 동일한 표현이 사용된 것은 중국에 큰 타격이며 중국이 막으려고 애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매우 우려해온 대로 범대서양 협력이 이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나토 전략개념에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명시하지 말도록 강력히 반박했다.
자오리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중국은 독자적으로 평화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내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데올로기를 수출하지 않고 광범위한 검열과 경제적 압박이나 일방적 제재에 매달리지 않는다. 어떻게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나토가 즉각 잘못되고 도발적인 대중국 발언을 중지할 것을 엄숙히 요구한다"며 나토가 "유럽에 이어 아시아와 전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럽의 시각에서 보면 나토가 유럽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중국의 비난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민 학살 비난을 거부하고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를 도발했다고 비난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발언일 뿐이다.
채텀하우스 유럽 프로그램 연구원 페페즌 베르그센은 중국은 대서양국가들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재빨리 러시아 편에 섰다. 행동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말로는 그랬다"고 지적했다. 대서양국가들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차이가 "민주주의와 독재"가 다르다는 생각을 유럽에 확산시키고 있으며 중국의 국내 정치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동부 유럽에서 러시아는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며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관계에 이미 예민해진 상태인데 중국이 확실히 러시아편을 들면서 우려가 한층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신장의 인권 탄압과 홍콩의 자유 위축, 대만과 관계가 긴밀한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제제재 등으로 악화한 유럽국들과의 관계가 이미 악화한 상태인데도 중국의 입장을 유럽국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중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양자 관계 강화와 경제협력 강화만 강조한 반면 EU 지도자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에 나서도록 압박한 대목도 중국이 오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중립과 평화 지지를 선언했으나 아무런 중재 노력도 하지 않아 왔다.
G7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중국을 10여차례 언급하면서 중국의 인권개선과 국제 규칙 준수를 촉구했다. 또 러시아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 중국이 유엔 결의를 준수하고 군사 공격을 중단하도록 중국이 "압박"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6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도 지난해에 이어 재차 언급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맞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가치에 입각해 개발할 수 있는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G7 정상이 밝힌 입장이 반드시 대서양국가 전체의 대중국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나토의 새 전략개념은 회원국들이 러시아를 "나토 안보에 대한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지만, 중국에 대해선 "중국이 우리 안보, 이익, 가치에 도전을 가한다"고 처음 규정한다.
나토는 최근 몇 년 새 성명에서 중국을 자주 언급했고 일부 회원국들과 전문가들은 너무 강경한 입장이 자칫 중국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을 유럽외 지역의 핵심 안보 당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다른 지도자들이 중국을 안보 도전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은 북대서양에 속하지 않는다"며 눙쳤다.
프랑스 전략연구소(IRSEM) 유럽 안보 담당 연구원 피에르 아로슈는 "독재와 민주주의"로 대립시키는 표현은 미국이 주도한 것이지만 그런 식의 우려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하기 쉽다는 이유로 '용수염 괴물'이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에 분명한 이념적 '냉전'이 있음을 입증하도록 몰아가는 것이 좋을 지 아니면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는 완전히 다르며 미래에 서로 대립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더 전략적으로 유리할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올해 나토 정상회담은 이 문제를 전에 없이 중시하고 있있다. 사상 처음으로 뉴질랜드, 호주, 한국, 일본을 초청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들 국가의 초청은 중국의 신경을 자극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오래 전부터 나토가 인도-태평양지역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냉전의 똥물이 태평양으로 들어오도록 방치해선 안된다. 이것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반적 견해"라고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개국 초청이 나토가 인도-태평양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생각이 비슷한 나라들간"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나토 사무총장 발언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
독일 마샬펀드의 스몰은 태평양 지역의 민주국가들은 유럽의 민주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공동의 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도전, 러시아의 도전으로 인해 이 모든 생각들이 강해지고 있으며 민주 동맹국들이 더 결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