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6차 대유행 조짐…확진자 급증시 대응 여력은?
일일 확진자 일주일새 2배…'10만명 넘는다' 전망도
병상은 오미크론 유행 때의 6분의 1…검사시설도 줄여
확진자 급증시 검사키트, 감기약 품귀 재연될 우려도
"방역정책 정비하고 의료대응체계 재구축해야"
"복지부 장관 공석도 불안…컨트롤타워 지정해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9371명으로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07.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가속화되면서 6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감염자들과 백신 접종자들의 면역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휴가 등으로 인구 이동이 많아지는 7~8월 이후 확진자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정부와 민간의 대응 역량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부터 재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8511명을 기록했다. 1주일 전인 6월30일(9591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확산세를 이끄는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5다. BA.5는 검출률이 6월 둘째 주 0.9%에서 마지막 주 24.1%로 상승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A.5는 전파력이 기존 우세종인 BA.2에 비해 35%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면역 회피력이 높아 확진자나 백신 접종자를 재감염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BA.5가 우세종이 될 경우 하루 1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6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5차 대유행이 진정된 이후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됐고 진료와 검사를 위한 의료 자원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 병상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면서 현재 코로나19 전담병상은 5833개 정도 남아 있다. 오미크론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3월(3만3000여 개)의 6분의 1 수준이다. 또 확진자 감소에 따라 6월 이후부터는 임시선별검사소와 생활치료센터의 운영도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환자 병상 가동률(6월26일~7월2일 기준 5.2%)이 한 자릿수여서 중환자 대응이 안정적이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위중증 환자 발생을 감당할 수 있는 의료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정부에서 코로나19 병상을 다 취소하라고 해서 하나도 남겨놓지 못했다"면서 "원장님을 설득해 일반 1인실 2개, 중환자실 하나를 비워 응급실을 찾는 환자를 받고 있는데 계속 환자가 차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확진자가 하루 2만명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 3배는 될 것이다. 검사를 안 받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지금 검사기관이 놀고 있다. 검사를 늘려야 2차, 3차 전파를 막을 수 있고, 고령자, 기저질환자, 미접종자에 대해서는 빨리 대처를 해서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오미크론 유행 당시 품귀 현상을 나타냈던 자가검사키트나 감기약 등의 의약품 수급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자가검사키트는 일부 온라인 몰에서 품절됐고 시중 약국에서도 확진자 증가에 따라 제품 구매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감기약 수급 안정화를 위해 현황 모니터링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 감기약 수급이 안정됨에 따라 모니터링을 종료했다. 하지만 제약 업계에서는 6차 재유행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자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차 대유행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엇갈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때는 감염자가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 감염이 됐지만 이제는 4000만명 가까지 자연 항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백신 접종률도 높기 때문에 한 달 정도의 기간 내에서 오미크론 유행의 하위 유행 정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실내 마스크 착용도 다 해제됐고 해외 여행도 늘고 자가격리도 하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이나 감염 후 면역 감소가 오는 시기도 맞물린다"며 "3T(진단검사·역학추적·신속한치료)는 방역의 기본인데 안 하고 있다. 지금 대응하는 것을 보면 10만, 20만, 30만도 예측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정비하고 의료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중증 환자 증가세가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처럼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진 않지만, 중환자 진료 역량을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환자 병상을 1000~1500개까지 늘리고, 특수병상 마련 등 임산부·투석환자 등을 위한 진료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천 교수는 "바로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도 안 돼 있다. 대면 진료를 일부 병원만 하고 있다"며 "젊은 층도 감염이 되면 증상이 심한 경우가 있다. 대면 진료를 다 열어주고 의료 시스템을 정비하는게 입원률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달이 지났지만 아직 방역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이라는 점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복지부 장관이) 없어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다. 지난 정부에서는 중대본, 방대본으로 나눠져 있어 난리였지만 지금은 컨트롤 타워가 없는게 문제"라며 "장관이 임명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왜 방역의 전권을 질병관리청장에게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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