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그분' 1년 만에 달라지나...檢, 남욱·유동규 폭로에 사실상 '재수사'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속 '그분'
1차 수사 때 "이재명 아닌 유동규"
남욱 최근 "이 시장실 몫으로 알아"
김만배는 "지분 모두 내 것" 부인
이재명, 정진상 구속에 "무검유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남욱 변호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21. [email protected]
최근 구속만료로 석방된 남욱 변호사가 법정에서 '이재명(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장실에 대장동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 분'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1호(화천대유 자회사 중 한 곳)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실체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가 이 대표 측 몫 대장동 사업 수익 지분을 배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수사팀 재편 전 결론 내린 '그분' 의혹을 재수사하는 셈이다
남 변호사는 전날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공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내 지분도 12.5% 밖에 안 된다, 실제로 49% 지분 중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 내가 갖는게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남 변호사의 지분이 최종적으로 25%으로 줄어든 이유에 대해 묻자 한 대답이다. 남 변호사는 이어 "김씨가 '네가 25%를 가져도 민간사업자 중 비중이 크니 받아들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의 지분은 45%였다. 하지만 김씨는 남 변호사에게 35%만 받으라고 했고, 최종적으로 25%로 줄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이에 대해 김씨와 말싸움을 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 영장 속 내용과도 일치한다. 검찰은 영장에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지분 30%를 보유한 천화동인 1호를 정 실장, 유 전 본부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몫으로 배정했다'고 적었다.
김씨는 자신 지분(49%)의 절반인 24.5%를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주겠다. 이 24.5%에 상응하는 배당이익 중 세금 등을 제외한 700억원을 주겠다고 유 전 본부장에게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의심한다.
이어 김씨는 약속한 금액을 줄여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세금, 공통비, 유 전 본부장이 사전에 받은 금액 등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 정 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김씨 이름으로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취지다.
김씨의 지분 약속은 대장동 논란 초기에 제기된 '그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그분'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21.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에게는 천화동인1호 지분 일부에 상응하는 뇌물을 받기로 약속했다며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천화동인1호의 '그분'이 유 전 본부장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 인사에서 대장동 수사팀이 재편,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대장동 수사팀과 지휘라인에 배치됐다. 이후 사실상 재수사에 버금가는 수사가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도 최근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이는 진술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이어 전날에 남 변호사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지분을 '이재명 시장실' 몫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히는 상황까지 맞았다.
따라서 정 실장의 공소장은 사실상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의 구속기간은 오는 12월 초 만료되는데, 이때 검찰은 정 실장을 기소할 방침이다. 정 실장 기소 후에는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
한편 김씨는 '그분' 논란을 부인하고 있다. 천화동인1호의 지분은 모두 자신의 소유라는 취지다. 공통비를 남 변호사 등에게 떠넘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검찰 독재 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실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에는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