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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수확철인데" 폭설이 할퀴고 간 딸기 농가 한숨

등록 2022.12.24 13:49:52수정 2022.12.24 14: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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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하우스 피해 집중된 담양…31개 농가 피해 집계

"피해 농가, 기후변화·자연재해 대응 방침 마련해야"

[담양=뉴시스] 이영주 기자 =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대전면 한 딸기 재배 시설 하우스에서 농장주 임종엽(63)씨가 폭설 피해를 입은 딸기 모종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2.12.24. leeyj2578@newsis.com

[담양=뉴시스] 이영주 기자 =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대전면 한 딸기 재배 시설 하우스에서 농장주 임종엽(63)씨가 폭설 피해를 입은 딸기 모종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2.12.24. [email protected]

[담양=뉴시스]이영주 기자 = "인자 열흘만 있음 따다 팔 수 있었는디 깝깝스럽소."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대전면 한 딸기 재배 시설하우스. 이곳 주인 임종엽(63)씨는 폭설과 강풍으로 처참하게 찢긴 비닐하우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일군 660㎡ 규모 시설하우스 1동의 용마루는 전날 새벽 불어 닥친 강풍을 버티다 못해 활대처럼 휘어버렸다.

용마루가 휘면서 비닐이 찢겨 날리자 지지대 역할을 하던 철봉들이 생선 가시처럼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찢어진 비닐 아래로 눈이 20㎝가량 수북히 쌓이면서 딸기 모종 7000여 개가 모조리 얼어붙었다.

눈을 맞은 모종은 밤사이 내린 눈에 깔려 새파란 색으로 질린 채 납작 엎드렸다.

임씨가 손으로 어루만진 모종은 줄기 속 물관이 얼어붙은 탓에 힘없이 뚝뚝 끊겼다.

모종이 맥 없이 끊어질 때마다 임씨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썼다"고 혼잣말을 했다.

임씨는 다음달 초 망가진 시설하우스를 포함한 5동에서 딸기를 수확해 출하할 예정이었다.

[담양=뉴시스] 이영주 기자 =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대전면 한 딸기 재배 시설 하우스에서 농장주 임종엽(63)씨가 폭설 피해를 입은 딸기 모종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2.12.24. leeyj2578@newsis.com

[담양=뉴시스] 이영주 기자 =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대전면 한 딸기 재배 시설 하우스에서 농장주 임종엽(63)씨가 폭설 피해를 입은 딸기 모종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2.12.24. [email protected]

임씨가 농사를 짓는 대전면은 담양군 안에서도 딸기 품질이 높기로 유명하다.

대전면의 딸기는 1㎏당 1만 7000원~1만 8000원 사이에 책정되는 최근 농협 경매가보다 추가로 2000원~3000원은 더 받을 수 있다.

한 동당 3000만원씩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열흘 앞둔 수확철만 기다려왔으나 폭설로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강풍에 휜 용마루가 바로 옆 시설하우스 2동의 천장 비닐을 뚫으면서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온·습도에 예민한 딸기가 용마루 탓에 생긴 구멍으로 품질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25년째 농사를 지어온 그는 이 같은 폭설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15년 전 비슷한 규모로 눈이 왔음에도 버텨냈던 시설하우스가 이번 폭설에 꼼짝 없이 파손됐다.

피해 하우스 1동을 새로 올리는 데는 약 21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작물 피해 보험을 든 덕에 어느 정도 보전되지만, 시설의 경우 60%까지만 보전되는 까닭에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별도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씨는 "약 15년 전에서 비슷한 규모로 눈이 온 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며 "용마루가 바람에 들려 휘어어진 적은 처음이다. 7000개 모종은 안타깝지만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양=뉴시스] 이영주 기자 =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고서면 한 딸기 재배 시설 하우스에서 농장주 임동만(39)씨가 폭설로 주저앉은 시설 하우스 위에 올라 눈을 치우고 있다. 2022.12.24. leeyj2578@newsis.com

[담양=뉴시스] 이영주 기자 = 24일 오전 전남 담양군 고서면 한 딸기 재배 시설 하우스에서 농장주 임동만(39)씨가 폭설로 주저앉은 시설 하우스 위에 올라 눈을 치우고 있다. 2022.12.24. [email protected]

비슷한 시각 담양군 고서면에서 딸기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 임동만(39)씨도 용마루 일부가 주저앉은 시설하우스 위의 눈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귀농 내내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은 그는 이번 폭설에도 체념한 듯 삽으로 눈을 퍼내고 있었다.

농사를 처음 시작한 2020년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운영하던 딸기 시설하우스 5동이 모두 물에 잠겼다. 올해 10월에는 태풍으로 시설하우스 1동의 비닐이 날아갔다.

태풍 피해를 수습한 지 불과 두 달만에 폭설로 인한 추가 피해를 입으면서 상심이 크다.

농업 관련 행정기관에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따른 대응 방침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관련 작물만을 보급할 것이 아니라 기후에 맞는 내재해성 시설하우스 보급에도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재난과 같은 상황에 가장 선두에 서있는 농민들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준 전남에서는 이번 폭설로 인해 시설하우스 40동(담양 31동, 곡성·화순 각 3동, 화순 2동, 보성 1동), 축사 9동(함평 4동, 담양 3동, 보성 1동, 화순 1동) 등이 피해를 입었다.

시설하우스 피해가 집중된 담양에 내린 눈은 23일 하루 동안에만 13㎝가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22일부터 23일까지 담양 지역에 내려 쌓인 눈의 양은 최대 25.9㎝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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