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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무원·경찰 낀 '무인단속기' 토착비리 적발…7명 기소(종합)

등록 2023.03.06 13:19:48수정 2023.03.06 16: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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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브로커 경쟁업체 제품 허위사실로 경찰에 익명제보하고 뇌물까지 줘

부산경찰청 경위 압수수색 영장 2차례, 구속영장 3차례 신청했으나 기각 당해

경쟁업체 조달청 제품 판매중지, 매출 10분의 1로 줄어 폐업 위기까지

검찰 "조달청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 설치했으나 지금까지 신고 없어"

[부산=뉴시스] 부산·경남 지역 무인단속기 납품 비리 범행 개요도. (사진=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부산·경남 지역 무인단속기 납품 비리 범행 개요도. (사진=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무인단속기 납품을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부산·경남지역 공무원과 브로커, 수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 등 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송봉준)는 6일 납품 브로커 A(50대)씨를 뇌물공여 및 변호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뇌물을 받은 공무원 4명과 인사 브로커, 수사기밀 등을 누설한 부산경찰청 경위 1명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무인단속기 제조업체 甲의 제품을 부산·경남 지역 관공서에 납품할 수 있도록 다수의 계약을 알선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1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납품업무 담당 공무원 4명과 인사브로커 1명에게 계약체결 및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총 851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가 납품 계약을 알선한 무인단속기는 불법주정차 단속기와 속도 신호위반 단속기, 버스전용차로 단속기, 방범용 CCTV 등이다. 甲업체는 서울·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업체이며, A씨는 갑(甲)업체를 찾아가 부산·경남 지역에서 영업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甲업체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뒤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계약금액의 15%를 A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부산·경남 지역에는 100여 대의 甲업체 무인단속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0년 2월 무인단속기 제조업체 을(乙)이 특허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관공서에 납품해 납품 대금 약 111억원을 편취했다는 허위 사실을 부산경찰청 소속 G(40대)경위에게 익명으로 제보했다.

검찰은 G경위가 乙업체를 사기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2차례, 구속영장을 3차례 신청했지만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특히 검찰이 乙업체의 특허기술을 직접 구동하고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이 잘 작동됐다.

G경위는 지난해 5월 乙업체에 대한 사기 사건을 동부지청에 불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익명 제보자인 A씨가 경쟁 관계 甲업체의 납품 브로커로서 부패범죄 혐의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어 검찰은 A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계좌추적을 벌인 결과, A씨가 甲업체로부터 부산·경남 지역 공무원에 대한 알선 대가를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또 A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다수 공무원과 오랜 기간 유착관계를 형상하고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각 공무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통화내역과 계좌거래내역을 분석해 무인단속기 납품 과정에서 빈번한 뇌물수수와 부당한 편의제공, 내부 공문과 예산정보 유출 사실 등을 규명해 부산·경남 지역 공무원 B·D·E·F씨(3명 구속, 1명 불구속)와 B씨에게 승진인사를 청탁해주겠다며 A씨로부터 함께 뇌물을 수수한 C씨(60대, 구속)를 적발했다.

또 납품브로커 A씨로부터 수사를 청탁받아 진행하면서 수사기밀 등을 11차례에 걸쳐 누설한 G경위의 범행을 확인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경쟁관계인 乙업체가 특허기술로 급격히 성장하자 D(전 부산시청 사무관)씨로부터 G씨를 소개받아 乙업체에 대한 수사를 부탁하고, 공익 제보자를 가장해 익명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또 G씨는 수사 과정에서 A씨와 유착된 D씨와 F(연제구청 6급 공무원)씨에게도 수사 기밀을 수시로 누설하며 수사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乙업체는 G씨의 장기간에 걸친 무리한 수사로 인해 조달청에서 제품이 판매 중지되고, 이로 인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들며 폐업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구청과 시청 등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무인단속기 담당 공무원을 지속적으로 만나 차를 마시고, 밥을 먹으며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뉴시스] 나라장터 관급계약 구조. (사진=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나라장터 관급계약 구조. (사진=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달청은 2002년 제조업체와 수요기관 사이에서 암약하는 납품 브로커를 근절하고자 '나라장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라장터 시스템은 제조업체가 중간 유통과정 없이 조달청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사이트에 등록된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에 대해서는 입찰절차 없이 제품을 선택만 하면 관급 계약이 체결되므로 사실상 수의계약과 동일하고, 업체 및 제품 선정이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송봉준 부장검사는 "A씨가 납품할 수 없는 물건을 로비해 납품을 시켰던 것은 아니며, 이 업체와 계약을 해도 외관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특정업체의 로비를 받으면 다른 업체를 배제하고 계약하기에 로비력에 따라 수주가 좌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 조달청은 2018년 7월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2021년 2월부터 브로커의 불공정 개입이 드러날 경우 형사 고발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신고 및 고발 건수는 전무하다고 검찰은 부연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수주 실적이 담당 공무원과의 친분에 따라 좌우되므로 제조업체가 지역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지급된 수수료 중 일부는 실제 뇌물로 제공되고 있다"면서 "국민의 혈세가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와 공무원에 대한 뇌물로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또 "이번 수사를 통해 A씨가 알선하는 업체의 무인단속기가 독점적으로 납품되는 이른바 '뿌리 깊은 토착비리'를 확인했다"면서 "피고인들에게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피고인들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은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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