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중핵드론 '해일' 공개…핵전력 과시하며 킬체인 무력화 시도(종합)
핵무인수중공격정 59시간 잠행 후 수중폭발 주장
러 '포세이돈' 모방한듯…주일 美해군기지도 타격권
"탄두 소형화·경량화 기술 확보 관건…추가 검증 필요"
[리원=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공개한 사진에 지난 22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화살'이 시험 발사되고 있다. 2023.03.24.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이 21~23일 사흘에 걸쳐 새로운 수중공격형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며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핵폭탄을 장착한 무인잠수정이라는 것인데 북한은 이 무기를 '비밀병기'로 부르며 수중폭발 시험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핵공격 범위가 지상·공중뿐 아니라 수중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위협이 전방위로 향하고 있어 우리 군의 탐지·방어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해일'로 명명된 북한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지난 21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훈련에 투입돼 23일 오후 수중폭발 시험을 했다.
북한은 이 핵수중공격정이 동해에 설정된 항로를 80~150m의 심도에서 59시간12분 잠행해 적의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 목표점에 도달했으며, 시험용 전투부가 수중 폭발했다고 밝혔다.
또 이 새로운 '비밀병기'의 사명은 "은밀하게 작전 수역으로 잠항해 수중폭발로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임의의 해안이나 항 또는 수상 선박에 예선해 작전해 투입할 수 있다"며 다양한 작전에 투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북한의 수중핵전략무기인 '해일'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수중 드론'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수중핵드론 수주 폭발시험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무기의 사명이 '수중폭발로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남한의 해군 작전기지나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핵 추진 항공모함 등 미 해군 전력을 겨냥해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선박에 예선해 작전에 투입할 경우 주일 미 해군기지 등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무인잠수정의 평균속력을 2knot(약 3.7km)로 보면 200km 이상 이동한 것이고, 4knot라면 400km 이상"이라며 "북에서 바로 출발해도 남쪽의 모든 항구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상선박에 예선해 작전에 투입할 경우 상선으로 위장한다면 일본의 미 해군기지나 괌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무인수중무기체계는 이미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부분이고 상당 부분 현실화하고 있어 북의 주장을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59시간 12분 잠항 시간을 밝힌 것은 동해 전역에 대한 공격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상륙을 위해 접근하는 함단이나 해군항구기지에 공격할 것이라는 의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발사한 이번 무기는 러시아의 어뢰인 '포세이돈'을 모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포세이돈은 수중 드론 또는 핵 추진 어뢰로 불리는 무기체계로, 핵탄두와 재래식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고, 해저를 잠행해 해안을 타격하면 항구와 그 일대 지역이 초토화될 수도 있다.
핵 추진 기술이 없는 북한은 이 무기에 일반 배터리를 적용했고, 잠수함이 아닌 해안·항구나 선박에서 예인 운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했다.
홍 실장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어뢰로 알려진 러시아 '포세이돈'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포세이돈은 소형 원자로를 통한 핵추진으로 최대 사정거리가 1만 km에 달하며 수중에서 자율항행도 가능한데 북한이 발사한 '해일'은 핵추진이 아닌 어뢰형에 무인자율항행 기능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름을 '해일'로 명명한 것은 함선에 대한 공격보다는 폭발 해일로 인한 방사능 피해의 파괴력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타격보다는 해일로 인한 피해 용도가 강해 보인다"고 봤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무기와 관련 "점점 개발해나가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해석하고 있다"며 "통상 사용하는 어뢰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지난 22일 모의 핵탄두를 장착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고 밝히며 대남 위협을 노골화했다.
신문은 함경남도 함흥에서 발사된 전략순항미사일 4기가 1500㎞와 18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각각 7557~7567초(약 2시간6분)와 9118~9129초(2시간32분) 동안 비행해 목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항미사일을 600m 상공에서 공중폭발시킴으로써 핵폭발 조종장치들과 기폭장치들의 신뢰성을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전술탄도미사일을 800m 상공에서 폭발시험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고도를 200m 낮췄다.
공중폭발은 대규모 인명 살상을 일으키기 위한 방식으로, 세계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한은 대미 압박용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대남 핵 타격용 미사일인 순항미사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탐지가 어려운 전략순항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 다양한 핵탑재 무기를 이동식발사차량(TEL)뿐 아니라 저수지 수중, 지하 등 다양한 곳에서 발사하며 생존력과 보복능력을 끌어올리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수중핵무기 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도 북한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한국의 킬체인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홍 실장은 "ICBM에 비해 사전 노출, 탐지, 요격 등에서 전술적 가치가 높은 무기로 생존성과 보복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무기 중심으로 개발 및 실전화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들 무기체계들이 대체로 한미의 확장억제력, 한미연합훈련 전개 자산에 대한 북한식 대응 무기로서 고안됐다"고 짚었다.
다만 북한의 주장대로 전술핵이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선 6차례 핵실험과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전술핵탄두 설계·제작 능력은 갖춘 것으로 보이나, 기술적 신뢰성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탄두를 탑재해 실전배치하려 한다면 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수중핵무기와 전략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핵탑재 수단을 과시하고 있는데 거기에 장착할 핵은 실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탑재 수단이 늘어나면 핵탄두의 종류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전술핵 개발 핵심인 소형화·경량화 기술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인데 북한이 기존에 선보였던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에 각각 최적화한 전술핵탄두를 만들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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