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고금리에 청약 경쟁 확 줄었다…'선당후곰' 옛말
동대문구 대단지 청약 경쟁률 저조
고분양가에 대한 가격 저항감 커져
고금리 여파로 자금 조달도 걸림돌
"어차피 못 받아" 청약 이탈자 늘듯
울산·논산 등 지방에선 미분양 속출
이문 아이파크 자이 투시도. *재판매 및 DB 금지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430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로 주목받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787가구 모집에 1만3280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16.9대1에 그쳤다. 17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은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2순위로 넘어가게 됐다.
올해 같은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51.7대1), 래미안 라그란데(79.1대1) 경쟁률을 크게 밑도는 성적이다.
저조한 경쟁률의 원인은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2억599만~12억1284만원(테라스하우스 3단지 제외)이다. '휘경자이 디센시아' 84㎡ 9억6000만~9억7600만원, 래미안 라그란데 10억7800만~10억9900만원에 비해 최대 2억원 가량 비싼 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앞선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두 단지보다 가격을 높였기 때문에 가격 저항감이 커지면서 청약 신청이 줄어든 것"이라며 "고금리 환경에 노출된 것을 감안했을 때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온 것은 나름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말 청약시장은 고금리 여파로 분양가에 대한 저항선이 생기는 분위기여서 계속해서 뜨거운 열기를 보이긴 어려울 전망이다.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5~7.16%다. 됐다. 지난 9월15일(4.05~7.04%)과 비교하면 한달여만에 금리 하단이 0.50%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시중은행들은 중도금 대출 금리를 7%대까지 끌어올렸다. 수요자 입장에선 84㎡가 10억원이 넘는 분양가도 문제지만 중도금 대출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청약 당첨 이후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분양한 '호반써밋 개봉'은 1순위 청약에서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공급분의 약 40%에 달하는 72가구가 무순위 청약, 일명 '줍줍'으로 나왔다.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역시 최초 분양 때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 판매에 나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핵심지역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나온다면 경쟁률이 앞으로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핵심지역이 아닌 곳은 분양가가 계속 오른다면 청약 시장 이탈 수요는 어느정도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3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충남 '논산 푸르지오 더 퍼스트'는 399가구 모집에 177명만 접수했다. 우미건설이 울산 울주군에서 분양한 '울산 다운2지구 우미린 더 시그니처'는 특별공급 718가구 모집에 52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청약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지역별 양극화 심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계약 단계에서 완판에 실패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며 "청약 수요자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 내에서도 차별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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