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철회하는 '무늬만 이차전지' 기업.…투자자 '냉가슴'
이차전지 사업목적에 추가해 주가 급등
사업 실체나 성과 전혀 없어 주가 폭락 투자자 막대한 손실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올해 증시에서 뜨거웠던 이차전지 분야를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주가 폭등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주가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이글, 알에프세미, 더미동, 윈텍,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 상반기 주식시작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차전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뒤 주가가 크게 뛰어올라 부양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아직까지 이차전지 사업을 구체화 하지 못한 채 관련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기대감에 급등했던 주가는 서서히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한 자금조달마저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이글은 지난 14일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앞서 자이글은 지난 3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차전지 소재 개발, 제조, 판매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한 뒤 4월 이차전지 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은 수 차례 연기됐다. 무려 5차례의 납입일 연기 끝에 투자가 불발되면서 결국 유상증자를 철회한 것이다.
알에프세미 역시 지난 3월 배터리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뒤 400억원 구모의 전환사채(CB) 발행 결정 공시를 냈으나, 수 차례의 정정공시 끝에 CB관련 펀드이행 절차를 밟지 못했다며 결국 철회했다. 이 외 더미동, 원텍,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도 비슷한 과정으로 최근 자금조달 계획을 철회했다.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차전지 사업 기대감을 안고 투자를 했는데, 사업 성과는 커녕 자금 조달마저 번번이 실패하면서 주가 폭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종목토론방에는 "주가 띄우기 위해 이차전지 사업을 추가했다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거냐" "이차전지 사업 하나보고 투자 했는데 성과는 없고 손실만 80%났다" "애초부터 신규사업을 할 생각은 있었던거냐"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실제 자이글은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발표한 후 주가가 4000원대에서 한달 만에 3만원대까지 폭등했다. 이후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주가는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8000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알에프세미도 마찬가지로 신규사업 발표 이후 3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2만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사업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는 뚜렷한 계획과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더미동과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도 마찬가지로 이차전지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뒤 주가 급등세가 이어지다가 신규 사업을 시작도 못한 채 다시 고꾸라졌다.
이같은 '무늬만 이차전지 기업'들의 실체는 조만간 속속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차전지 등 테마 업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뒤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당이득을 챙긴 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점검 대상은 2023 사업연도 반기보고서에서 2차전지 등 7개 테마 업종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곳 중 현재까지 관련 사업 추진 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 129개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추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 등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 위법 행위"라며 "관련 부서가 적극 공조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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