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화재 일가족 사망' 경보기 끈 관계자들 실형
감지기 신호 무시하고 초기화
이전에도 근무 편의 위해
202차례 경보기 등 차단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2022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와 관련, 당시 화재경보기를 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관계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재판장 김주영)은 8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재담당자 A(40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함께 기소된 관리사무소장과 시설팀장, 방재관리자 등에게 금고 8개월~1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관리사무소 관리업체인 甲사와 乙사에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6월 26일 오전 9시부터 당직 근무를 하며 화재경보기가 꺼진 상태를 알았지만 켜지 않은 채 방재업무를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 날인 27일 오전 4시 13분께 피해자들의 집 거실에서 에어컨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해 화재감지기 신호가 관리사무소의 화재 수신기에 전달됐지만, A씨는 화재경보기를 울리거나 현장에 출동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화재 수신기를 초기화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A씨는 또 화재가 발생했지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경보를 울리거나 대피를 유도하는 등 사람을 구출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 등은 지난해 1월 2일부터 7월 16일까지 근무 중 업무 편의를 위해 점심시간과 야간, 주말 등 총 202차례에 걸쳐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차단했고, 아파트 관리업체 2곳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측은 아파트 화재경보기를 끈 것은 합리적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화재경보기 소리를 없애는 방법은 소리가 나는 원인을 직접 제거하거나, 방재실 내부에 수신기 경보를 정지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A씨가 직접 진술했었다"며 "이 사건의 경우 근본적으로 A씨가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원인을 제거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A씨는 화재경보기 수신기에 화재 발생 신호가 감지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았고 만연히 화재경보기 작동을 차단했다. 이것은 명백한 본인의 과실이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또 화재 및 피난 모델링 결과 감정서를 증거로 내세우며, 화재경보기를 끈 사실과 피해자들이 사망한 것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정서에는 사건 당시 화재로 내부에 있던 전원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용된 시뮬레이션은 설계 단계에서 보수적으로 건축물의 화재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화재 사고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주된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사용된 프로그램은 애초에 건축 설계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화재 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건축설계 단계에서 적용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보수적인 형태로 수치가 적용됐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사망 가능성이 오히려 높게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202차례에 걸쳐 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차단한 사실 등을 들며 "평소 피고인들은 화재 발생에 대한 경각심이 상당히 미약했다"고 지적하며 제기된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소방시설인 화재경보기가 작동되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이 사건 화재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화재 신고와 구조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아주 비극적이고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다. 이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은 신빙성이 높지 않은 화재 및 피난 모델링 결과를 거론하며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공판 과정에 계속 참여했던 유족들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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