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업무 간호사에 전가 '땜질처방'…환자생명 위협"
"사실상 의사업무 간호사에 무제한 전가"
"이럴 거면 간호사에게 의사면허 발급을"
"정부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히 규정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및 응급약물 투여를 가능케 한다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보건의료노조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 중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요로전환술, 배액관 삽입, 수술 집도,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해 결국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발생한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비상 대책이라지만,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고위험 시술까지 간호사에게 무제한으로 허용해 환자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PA간호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과 매듭, L-tube(비위관) 삽관, 세척, 흡인 드레싱, 중심정맥관 관리, 동맥혈 채취, 석고 붕대, 부목, 복합 드레싱, 체외 충격파 쇄석술, 유치 도뇨관 삽입 등을 허용했다. 검사·약물 처방과 진료기록, 검사 및 판독 의뢰, 협진 의뢰,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검사 및 시술 동의서, 수술기록과 마취기록 초안까지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명의로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문간호사에게는 중심정맥관 삽입,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 삽관, 중환자 기관 삽관, 조직 채취, 뇌척수액 채취까지 허용했다. 심지어 일반간호사에게까지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 마취제 투여, 코로나19 진단, A-line을 통한 동맥혈 채취, 유치 도뇨관, 혈액배양검사, 심전도 및 초음파 검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면서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심각한 의료 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거쳐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허용해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진료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의료현장의 혼란과 혼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시범사업이라고 해도 정부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고, 업무범위 결정권은 의료기관장에게 맡겨진다"면서 "이렇게 되면 업무범위의 혼란과 진료의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환자 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역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에 의사와 간호사의 자격과 면허를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의료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분야이기 때문"이라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업무를 간호사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간호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이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보호도 없이 의사업무를 대리하다 불법 의료 행위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는 보건의료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참여 의료기관 내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관리·감독 미비로 인한 사고 시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있다며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떠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의사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도 소송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에 의사인력을 대폭 확충해 간호사가 더 이상 의사업무를 하지 않고 간호사 업무만 담당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든지,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의 자격과 업무영역을 명확히 제도화해야지 임시방편적 업무 떠넘기기 대책으로는 의사 업무와 간호사 업무 범위 논란과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은 의사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필수·지역·공공의료 붕괴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의사단체들이 사회적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국민을 위해 의료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 진료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별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환자생명과 직결된 의사업무를 간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할 수 없도록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어떤 지침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선 안 된다"면서 "의료현장의 불법 의료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고 직종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제도화하는 투쟁을 강력하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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