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야당, 공론화 특위 제안…의료계 "정부 거수기 전락 우려"

등록 2024.04.16 13:39:16수정 2024.04.16 19:56: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이재명 대표 '공론화 특위'구성 제안

"구체적 내용 없어 지켜봐야겠지만

정부 거수기 전락 제2 건정심 우려"

[세종=뉴시스]박민수 보건복지부(복지부) 제2차관은 22일 '2022년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필수의료지원대책 및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사진=복지부 제공) 2022.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박민수 보건복지부(복지부) 제2차관은 22일  '2022년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필수의료지원대책 및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사진=복지부 제공) 2022.1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장기화하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공론화 특위)'를 국회에 구성하자고 제안해 주목된다. 의료계에서는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과 함께 "정부 정책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2의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6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여야와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론화 특위’ 구성을 거듭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무총리실·보건복지부 등 부처와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는데, 이 대표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참여를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단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공론화 특위'가 자칫 '제2의 건정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파면이 의정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구체적인 것이 나와봐야 한다"면서도 "시민단체가 특위에 들어가면 건정심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박민수 차관부터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현재 수가는 건강보험정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정심에서 결정된다. 건정심은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명, 공익 대표 8명,  의약계 대표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아직 특위의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건정심과 같은 정부의 거수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특위가 중립성을 운운하면서 시민단체, 환자단체를 참여시켜 건정심처럼 정부안을 밀어붙일까 우려된다"면서 "부결 없는 거수기 건정심으로 인해 수가가 원가 이하로 결정돼 필수의료가 붕괴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가는 평균 의료원가의 70% 정도 선에서 결정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책정되고 있다. 병원은 원가 이하로 책정되는 수가로 보는 손해를 비급여 수입으로 메우고 있다.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도 "시민·환자단체가 포함된 위원회의 대표 사례가 의료 수가를 결정하는 건정심"이라면서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현재의 건정심으로 인해 우리나라 필수의료가 망가져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빅5' 병원 중 한 곳을 산하에 둔 B 의대 교수도 "현재 건정심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그동안 주장해왔지만 모두 부결됐다는 점"이라면서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비난 여론에 직면할까 두려워 수가 인상을 거부해온 시민단체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본 사례에서 봤듯, 중요한 정책이나 장기적인 정책일수록 포퓰리즘 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실히 만들고,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이나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당사자인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특위 구성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류옥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는 "의료공백이 장기화 해 시간이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특위가 구성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구성된다고 해도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공론화 특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의대증원 사태와 관련해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일단 사회적 협의체 외에 윤 대통령이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해 강조해 온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