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세이버 5개' 구급대원…마지막 길도 5명에 새 생명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동료 돕고자 심리상담 공부

심폐소생술로만 심정지 환자 5명 살린 구급대원

[서울=뉴시스]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진 고 김소영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4.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소방 구급대원으로 20년 가량 근무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40대 여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3일 뇌사 상태였던 故 김소영(45)씨가 전남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고인은 연휴였던 지난달 6일 집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소방 구급대원으로 20년 가량 근무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왔고, 삶의 끝에서도 장기기증으로 다른 생명을 구하고 싶어 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가족들은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광주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밝고 활발했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소방서 구급대원으로서 자부심이 강했다. 화재 및 구조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동료 소방관을 돕기 위해 심리상담학과 박사를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해왔다.

고인은 응급구급대원으로 일하며 심정지된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리면 받을 수 있는 하트 세이버를 5개 받은 우수한 구급대원이었다. 또 각종 재난현장에서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해 전라남도의사회에서 표창장도 받았다. 고인은 같은 소방관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 아들과 딸을 자녀로 뒀다.

남편 송한규 씨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정신없이 아이들 키우면서 살다 보니 소중함을 몰랐다"면서 "너무 미안하고, 당신이 떠나니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아이들을 부끄럽지 않게 잘 키울테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지내라"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20년이 넘도록 구급대원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린 김소영님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뇌사 장기기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린 것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이 사회 곳곳에 희망의 씨앗으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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