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 어디로[금융시장 긴급진단③]
美 경기 균열에 9월 빅컷 가능성…연내 3회 전망도
엔화 급등 겹치며 환율 단기 1340원 예상 나와
환율 우려 줄고, 유가 내림세에 물가 안정 전망 커져
연준 빅컷 시 한은도 10·11월 연속 금리 인하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79.33)보다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거래를 종료했다. 2024.08.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의 경기 균열에 따른 'R(Recession·경기 침체)' 공포에 미국의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동 확전 리스크에도 달러 하락과 엔화 강세가 맞물리며 연말에는 원·달러가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집값 우려에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연준이 빅컷을 단행할 경우 한은 역시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는 전거래일 오후 3시30분 종가(1371.2원) 오른 137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새벽 2 종가(1361.5원)보다는 13.3원 올랐다. 장중 최고가는 1375.1원이며 최저가는 1359.0원을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세를 보였다.
오전만 해도 경제 불안에 미국이 9월에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며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은 4.3% 상승해 기대를 웃돌았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은 연준의 9월 빅컷 단행 전망으로 이어졌다. 씨티그룹은 기존 전망을 수정하고,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릴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기존 9월과 12월 25bp 인하 전망에 11월 25bp 인하 전망을 추가했다.
이는 그대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달 초 104선 중반에서 움직이던 달러지수는 이날 102선 후반대로 내려왔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긴축 강화 예상에 따른 엔화 급등도 원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160엔까지 떨어졌던 엔화값은 이날 143엔까지 내려온 상태다.
히지만 오후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충돌에 따른 중동 지역 전운 고조와 아시아 증시 등 위험자산 기피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원·달러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외국인 이탈은 원화값 약세로 나타나며 원·달러 하단을 지지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가 높은 변동폭을 보이며 단기간 1340~1370원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달러 약세에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중동 리스크와 최근 환율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는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경기 균열은 환율과 물가 양쪽 측면에서 금리 인하 환경을 우호적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의 빅컷 가능성은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외국인 이탈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확전에 따른 공급 위축에도 미국의 경제 부진은 유가 수요를 낮춰 유가 하락과 물가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 임박에도 미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하며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날 배럴당 76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한은이 5월 경제전망때 내놓은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 전망치는 배럴당 85달러보다 크게 낮다.
반면 미국의 경기 균열은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인다. 미국의 내수 부진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수출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2%에서 지난 7월 17.7%까지 높아졌다.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주장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초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에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8월 선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7월 다섯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대비 0.07%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19주 연속 상승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7조60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원들이 정부의 거시건전성 대책을 확인하고, 시장 영향을 파악할 것이라는 점에서 선제적 인하보다 10월 인하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9월 연준이 빅컷을 단행하거나, 연내 3회 인하 시에는 한은 역시 미국을 쫓아 2회 이상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용지표 악화에 따라 미국의 연내 3회 인하 가능성은 대세 의견이 됐다"면서 "집값 우려에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지만, 연준이 9월 50bp 내릴 경우 금통위는 10월에 이어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대한 고민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