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바닥 온도가 '54도'…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건설 노동자

등록 2024.08.11 08:00:00수정 2024.08.11 08:40:5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 강남 삼성교차로 도로공사 현장

선풍기로만 열 식혀…"감안하고 일해야"

9일 폭염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공사 현장의 온도가 38도를 기록하고 있다.(사진=이은세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9일 폭염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공사 현장의 온도가 38도를 기록하고 있다.(사진=이은세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이은세 인턴기자 = 한낮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는 등 연일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건설 노동자들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현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연신 물을 뿌리지만 소용없어 보였고, 선풍기 1대에 의존해 땀을 식히며 작업을 이어갔다.

지난 9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강남구 한 건설 현장.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펄펄 끓고 있었다. 기상청이 관측한 이 시각 강남구의 기온은 32도였지만, 현장 들머리에서 직접 온도계로 측정한 기온은 이보다 6도 높은 38도에 달했다. 현장에 도착한 지 5분만에 등줄기에 땀이 흥건했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직사광선을 온몸으로 받아냈다고 했다. 50대 노동자 박씨는 오전 7시30분부터 나와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같은 날씨는 가만히 있어 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여기는 규모가 커서 31도가 넘으면 1~2시간마다 쉴 수 있게 해준다"며 "다른 현장에서는 이렇게 안 해주는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더니 "여기가 근무 환경이 좋은 편"이라며 "작업 구역 어귀마다 얼음통과 식염 포도당을 놓아둔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 곳곳에는 생수 냉장고가 설치돼 있었다.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얼음물을 꺼내 가거나 현장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에 앉아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슬러지 보관소 쪽에 쭈그려 앉아 햇볕을 피했다. 아스팔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식히려 호스로 작업 현장 주변에 연신 물을 뿌리는 노동자도 있었다.
9일 폭염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공사 현장 바닥의 온도가 54.5도를 기록하고 있다.(사진=이은세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9일 폭염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공사 현장 바닥의 온도가 54.5도를 기록하고 있다.(사진=이은세 인턴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오전 작업을 마친 노동자들은 뙤약볕을 피해 현장 맞은편에 있는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들은 안전모를 벗은 채 연거푸 숨을 몰아쉬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에 에어컨은 없었다. 장갑과 팔토시, 햇빛 가리개로 중무장한 여성 신호수는 중형 선풍기에 의존해 땀을 식혔다. 선풍기 쪽에 다가가 보니 더운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여러 건설 현장을 다니며 단기로 일하고 있다는 50대 노동자 우씨는 "올해는 특히 덥긴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이 정도 날씨는 감안하고 일을 한다"며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내리면 도로열이 식어 작업하기 편하지 않냐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오히려 날씨가 급격히 습해져서 체감 기온이 더 올라간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찜통더위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지난 6월 강원 삼척시 배수시설 작업현장에서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숨졌고 지난달 31일에는 부산 연제구 건설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폭염경보시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돼 있지만 80.6%는 별도의 중단 없이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