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산모, 약국 뺑뺑이…"약 받으러 23㎞ 이동"
복지위 국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실효성 허점 제기
진료는 비대면, 약 수령은 대면…"반쪽 시범 사업" 주장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올해 추석 연휴 중 입덧 증세 악화로 처방 의약품이 필요했던 산모 A씨. 그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해 가정의학과 진료 후 약을 수령하기 위해 8개의 약국과 통화를 하고 22.9km를 이동해야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밤 10시경 B씨는 자녀의 소아천식 증상 악화로 급하게 네뷸라이저를 통한 흡입 투여를 위한 살부타몰황산염이 필요했다. 그는 비대면진료 후 약국 13곳에 일일이 전화를 했으나 약 수령에는 결국 실패했다.
30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실효성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사례를 공개했다.
특히 "비대면진료 시업사업에서 약 재택 수령사업은 아직 허용되지 않아 '반 토막 시범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원산협은 닥터나우, 메라키플레이스, 굿닥 등 원격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단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원격의료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원격의료 규제 해소와 국민 건강 및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21년 7월 출범했다.
원산헙은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비율이 평일주〮간 58.4%, 휴일야〮간 41.6%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평일 및 주간에는 비대면진료 후, 약 수령 이동거리가 4.55㎞, 약 수령 소요시간 3.30시간 ▲휴일 및 야간에는 약 수령 이동거리가 4.77㎞, 약 수령에 10.05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이용 환자의 약 35%가 약을 수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산협은 "12시간 이상 소요 또는 수령 실패 비율이 평일 및 주간은 21.97%, 휴일 및 야간은 34.37%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야간(18시~익일 08시) 시간 약 수령률이 33.24%에 불과해 야간시간 약 수령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원산협은 "많은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받았으나 정작 처방약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시범사업 취지에 맞도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휴일 및 야간에는 병·의원 진료와 처방 약 조제가 제한되는 상황이라 비대면진료가 효과적인 보완재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처방 약의 재택 수령 제한으로 인해 비대면진료 처방 약을 받기 위해 평균 4.5km 이상 이동하거나, 약을 수령하지 못해 처방 약을 적시에 복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원산협은 전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선재원 대표는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허용으로 진료 접근성은 크게 향상됐으나 약국 접근성이 낮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실효성이 크게 저해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수령에 어려움이 큰 휴일 및 야간에 한정하여 약 재택 수령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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