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방아 안 찧고 쫓기는 토끼 무슨 일?…최민영 '꿈을 빌려드립니다'
런던서 활동…스페이스K 서울서 개인전
신작 회화·드로잉 등 30여 점 전시
달 의식_Moon Ritual_2024_Oil on linen_162 x 227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부엉이가 토끼를 쫓고 사람들은 얼굴을 가린 채 둥글게 뭉친 눈덩이를 굴리고 있다. 제목은 '달 의식'.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 사이에는 하얀 부엉이들이 세상을 호령하듯 날고 있다. 방아를 찧고 있어야 할 토끼의 달 세상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최민영(35)의 한국에서 첫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낯익은 듯 하면서도 새롭고 신선하다. 현실과 상상을 결합한 몽환적이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1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에서 개막한 전시에는 신작 회화 16점을 포함해 드로잉, 회화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신작인 작품 '달 의식'은 신화와 민속, 전설 등 인간의 믿음과 수행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도 연관이 있다. 민담 속 달토끼와 유교 제례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는 어릴 적, 성묘를 치른 후 조상들을 위해 남겨둔 음식을 작은 동물들이 먹어 치우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놀이 같은 눈덩이 굴리기가 진지한 의식으로 변모한 가운데, 다른 차원에서 나타난 듯한 디지털 캐릭터들을 삽입해 분위기를 환기하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침실 Bedroom_2023_Oil on linen_160 x 21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최민영의 작품은 일상의 공간이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유년 시절과 이주의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의 편린이 푸른색으로 덮여 깊이를 더한다.
특정한 시간대와 기후를 작품 속에 녹여내 이를 통해 각 작품이 지닌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작품 '침실'(2023)에서는 블라인드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방 안을 덮은 줄무늬 빛은 화면 속 요소들을 하나의 꿈속 장면처럼 통합하며, 어항의 형광빛 조명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스페이스K 서울 최민영 전시 전경. 작품은 밤 수영. 2024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한강 연작’도 선보인다. 한강에서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너머로 돌고래가 출몰한다. ‘아마존강돌고래’를 모티브로 그려진 이 돌고래는 '하교', '도시생활', '한강 물놀이'로 이어지는 한강 풍경에서 본래의 서식지인 아마존이 아닌 한강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밤 수영'에서 마침내 바다로 나온 강돌고래는 고래처럼 거대한 몸집으로 달빛 아래 떠오른다. 주변의 인물들은 초현실적인 동물의 크기가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일상을 즐기며 동물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찰자로 등장한다.
스페이스K는 "최민영은 내부와 외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한다"며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무의식 속 이미지들은 상상과 결합하여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고 소개했다.
스페이스K 서울 최민영 전시 전경 2024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이스K 최민영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 최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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