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은 많은데 할 수 있는게 없네요" 탄핵쇼크에 관가는 '개점휴업'
기재부 "동력 떨어진 게 사실…경제정책방향에 집중"
공정위 "법 집행에 차질 없어"…산업부 "맡은 바 충실"
복지부, 회의·공청회 줄연기…"정부 지침 없어" 답답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6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공동취재) 2024.12.1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하은 손차민 성소의 권신혁 기자 =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표결에 붙여지는 가운데, 정책 동력을 상실한 중앙 부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다.
연말연시는 한해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내년의 로드맵을 짜야 해 본래 부처들도 가장 바쁜 시기다. 하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 방향이 탄핵 쇼크로 사실상 힘을 잃은 모습이다.
경제·사회부처들은 역대급 탄핵 정국에서도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고, 탄핵 표결이 나기 전까지 기존에 발표를 예정했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오는 14일 오후 5시 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여진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전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번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고 향후 6개월 이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이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게 된다.
경제부처들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 확실해지면 불확실성이 1단계로 제거될 거라는 생각이다.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경제정책방향에 집중하고 있다"며 "동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그간 추진하던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일몰 3년 연장을 제외한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등 새로운 세제혜택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에 다시 요청할 거다. 부총리 말씀대로 정상적으로 경제운용 시스템이 작동된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성명문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2024.12.08. [email protected]
한편으론 탄핵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방향에 아예 바뀔 거라는 생각에 사기가 저하되는 측면도 있다.
기재부 일선 공무원은 "몇 개월 후에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해야 할텐데, 부처들도 거기 담을 내용을 생각할 거다. 지금 하는 대책들이 소용이 없지 않나. 기재부는 초상집이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와 소회의 등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정 공백 없게 부처가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공정위는 주로 법 집행이 주된 부분이라 지금 업무하는 데 차질은 없다. 타부처와 협업이 필요한 부분들도 그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것들을 미루기보다 지금이 중대한 시기이니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빨리 해놔야 산업계와 경제계도 (그게) 필요하다. 장관님도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자는 내부 메시지를 내셨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쌀 산업구조개혁 대책을 내놓는 등 연말에 내기로 했던 방안 발표를 그대로 이어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대책도 기재부와 다 협의해서 발표했다. 연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것들을 착실히 준비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농식품부 관계자는 "탄핵이 되고 그 여파가 정책 추진에 없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그래도 해오던 일들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연말연초 준비할 것들이 많은데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당시 행정을 했던 경험들이 누적돼 지금은 특별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며 "어차피 정치적인 부분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정치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 시위 때문에 오히려 안전사고 부분에서 챙길 게 많아졌다"며 "연말·연초를 맞이해 지역축제 등 안전을 관리하고 원래 하던 대로 연말에 해야 할 부분들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12.08. [email protected]
의료개혁을 이끌고 가는 보건복지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의료개혁특위와 전문위원회 회의는 연기됐고 19일 예정된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의료사고 대응 강화 등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 관련 공청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의료개혁 방안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논의를 진전시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부처 한 공무원은 "평상시처럼 업무를 하고는 있다"면서 "이슈가 있는 부처는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복수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업무 외 불필요한 언론 대응은 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한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공무원은 "총리실에서 지침이 내려오겠지만, 대통령에게 하는 신년 업무보고는 홀딩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 역시 "업무보고 방향이 정해져야 하는데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해당 공무원은 "대부분 현재 상황이 불안하다는 것은 느낄 것"이라면서도 "의도했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공무원은 탄핵 정국과 관련해 내려오는 지침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회부처 또 다른 공무원은 "정부 차원에 업무 지침이 내려오는 게 없어 각자 자기 일만 하는 상황"이라며 "당과 추진하던 정책도 멈추고 진척이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공무원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더 행실을 조심하고 소상공인 어려움을 생각해 회식 등도 진행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며 "망연자실해서 손 놓지 말고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존재감이 없어 사기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왔다. "내부에서 우리 스스로를 '들러리'라고 말한다"며 "(계엄 선포) 국무회의 때도 기억에서 잊혀 안 부른 것 같다"는 또 다른 공무원의 한숨 섞인 하소연 있었다.
해당 공무원은 "핵심 부처가 아니다 보니 여파가 크지 않지만, 어수선하다"며 "친한 동료들끼리 모이면 '대통령 탄핵' 얘기를 하지만, 다들 '업무 잘 챙기자'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1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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