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파장 두려워"…생전일기·탄원서 공개
김수미 책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주님, 이 책이 출간된 후 제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습니다."
배우 김수미(김영옥)의 생전 일기가 공개됐다.
13일 이뉴어에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전날 김수미의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1983년부터 죽기 직전까지 41년간 쓴 고인 일기다. 1980년대~1990년대를 거쳐 요즘 시대상까지 반영, 한 여성의 억척스러운 일생·고뇌를 보여줬다. 쉽지만은 않았던 여배우 삶을 살면서도 가장으로서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며 생을 갈망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수미의 삶에 관한 철학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인은 매일 이른 새벽마다 일기장을 펴고 펜을 들었다. 솔직한 생각이 모두 표현될 수 있도록 교정은 최소한으로 진행했고, 일기 내용을 덜어내거나 자르지 않고 그대로 엮었다. 일기 외에도 고인이 쓴 짤막한 칼럼 원고, 단편글과 미디어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방송가 이야기도 담았다.
하늘의 별이 되기 직전까지 남을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 맛있는 음식을 주위에 나누며 기쁨을 나누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 일기에는 여성으로서 소녀스럽고 고운 모습은 물론, 한 시대를 풍미하고 평생을 대중에게 사랑 받은 여배우로서 모습, 연기를 고뇌하고 갈망했던 순간이 그대로 담겼다. 때로는 생활고에 힘들어 하고, 때로는 연기를 일로써 대해야 할 때도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가족들만 보며 연기에만 매진했다.
김수미 자필탄원서
올해 1월24일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도 공개했다. 고인은 "피고에게 아무 의심없이 회사 운영을 맡겼고, '어련히 잘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믿고 있다가 결국 오늘 같은 사태를 맞고 말았다"며 "그동안 피고는 저희 모자에게 고소 취하를 계속 요구하면서 '안 해주면 언론에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을 해봤다. 거부하자 결국 이틀 전 저희 모자를 맞고소하고, 언론에 제보해 '김수미 횡령'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고 썼다.
"이 글을 쓰는데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양아들이라서 '어머니, 어머니' 하고 따르던 피고로부터 이런 일을 당하고, 모두 제 못난 탓이라 한탄만 하고 있다. 제 목숨과도 같은 연기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기로에선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기 생활 내내 함께 일하는 감독, 스태프, 동료들에게 음식해주는 걸 큰 낙으로 삼다가 하도 '맛있다, 맛있다' 하여 내친김에 시작한 김치 사업이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일로 제가 연예인으로서 받는 타격은 물론이고 회사 임직원들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니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김수미는 1971년 MBC 3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의 '일용 엄니'로 얼굴을 알렸다. '수사반장'(1971~1989),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3(2005~2006),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2005~2023) 등에 출연했다. 예능 '수미네 반찬'(2018~2021) '밥은 먹고 다니냐?'(2019~2020) '익스큐수미: 일단 잡숴봐'(2023)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2024) 등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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