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비상계엄' 위헌·위법성, 내란죄 여부 쟁점[탄핵안 가결]
역대 세번째 대통령 탄핵 가결…국무총리가 권한대행
헌재서 최장 180일 심의…헌법, 법률 위반 여부 쟁점
국회 폐쇄, 인명피해 미비 등도 내란죄 판단 중요 기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4.12.14. [email protected]
헌재는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과 내란죄를 집중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은 비상계엄의 헌법·계엄법·형법 등 위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회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역대 세번째 대통령 탄핵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6개 야당이 발의한 탄핵안이 지난 12일 국회에 보고된 지 이틀만이다.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헌재는 최장 180일 동안 대통령 탄핵안을 심리할 수 있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가결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17개의 헌법 조항 위반, 8개 법률 위반 혐의가 담겼다.
가장 먼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비상계엄 선포가 권력분립의 원칙, 군인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5조 제2항·제7조 제2항),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헌법 제8조),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등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법률 위반 사항으로는 ▲비상계엄 선포 및 국무회의 심의 누락(계엄법 제2조2항, 2조5항, 11조1항) ▲헌법기관 작동 불능 시도해 헌정질서 파괴(형법 87조) 등이 지적됐다.
또 1차 탄핵안에는 담기지 않았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조), 특수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44조),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이유와 종류, 계엄사령관 등을 공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계엄법 3조 위반 부분이 추가됐다.
헌법 제65조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각각 선거법 위반 혐의,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등 혐의가 지적됐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13. [email protected]
'헌법 및 법률 위반'은 탄핵 사유…계엄령의 헌법·법률 위반 쟁점
헌법 제77조제1항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고 정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의 정부 각료 탄핵 소추, 특검 추진 등을 들어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자유헌정질서 수호' 등의 사유를 들어 계엄을 선포했다.
해당 사유들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시·사변 혹은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는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계엄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 헌재에서 판단할 전망이다.
계엄 선포 후 계엄군 출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최대 논란이 되고 있다.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해 본청 진입을 시도한 것은 내란죄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고 있어서다.
헌법은 제77조 5항에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군이 물리력으로 국회를 봉쇄해 국회 의사진행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이렇게 헌법에 보장된 국회 활동을 막는 것은 형법 제87조 내란죄를 구성한다는 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에서 확인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의 의결 정족수가 아직 안 되었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고 경찰에도 같은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법원은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항쟁 유혈 진압 등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이 국회의사당을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이어 상당기간 국회가 개회되지 못하였다면 이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87조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때 ‘국헌 문란’이란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형법 제91조)으로 정의돼 있다. 따라서 국회 봉쇄나 의원 출입 금지는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 문란’이며 강압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이런 상태를 만드는 행위는 ‘내란’이 되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이 명시한 계엄령 선포 절차를 지켰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윤 대통령은 여러 절차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계엄 선포 전 정상적인 국무회의를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헌법 제77조제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우은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계엄 선포와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또 헌법 제77조제1항, 제3항은 관련법인 계엄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상위법인 헌법에 위배되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계엄사령부가 선포한 포고령에서 헌법상 보장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나온 보도 등의 내용만 보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인다. 내용상, 절차상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현직 부장검사 역시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는 국민적 의구심이 더욱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앞선 두 대통령 탄핵심판 기준도 쟁점…중대성·헌법 수호 의지
사안의 중대성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헌재가 심판 기준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당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을 인정했지만 "파면할 만한 '중대한 직무상 위배'라고 보긴 어렵다”며 탄핵을 기각한 바 있다.
헌법 수호의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판단 기준이 됐다. 당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 반복된 의혹 부인과 비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대통령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탄핵을 결정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역시 여러 갈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사례처럼 헌법·법률 위반은 인정하지만 계엄이 약 5시간 만에 완전히 해제된 점, 국회 의결을 실질적으로 막지 않은 점, 국회 요구대로 계엄을 해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또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지 않은 점, 계엄 해제 이후 국회 요구에 대응한 방식 등을 고려해 볼 때 헌법 수호 의지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헌재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적인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헌재의 결정은 다를 수 있다"며 "헌재 결정을 지금 예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심판에 참여했던 다른 변호사도 "헌법에서는 '헌법과 법률 위반'을 탄핵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실제 탄핵심판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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