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빌딩 투자도 전액 손실로…늦어지는 금리인하 어쩌나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빌딩에 투자한 부동산 펀드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펀드 만기는 5년 연장했지만, 자산 매입 당시 일으킨 대출을 만기 내 상환하지 못해 채권자가 강제로 자산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16일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 펀드와 관련해 선순위 대주로부터 만기 채무불이행에 따른 자산 강제 처분 결과를 통보받았다. 운용사는 2019년 펀드 설정 당시 선순위 대주에게 빌린 7262만5000유로를 지난 6월까지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해당 채무불이행 이슈 발생 이전인 지난해부터 운용사는 지속적으로 자산 매각 및 리파이낸싱을 시도했으나 해외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실패했고 선순위 대주는 대출 원금 회수 목적으로 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펀드는 자산을 보유 중인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사실상 전액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해당 펀드는 벨기에 브뤼셀에 소재한 투아송도르 빌딩의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건물의 주요 임차인은 벨기에 정부기관이다.
2019년 모집 당시 기관과 개인으로부터 약 900억원을 조달했다. 특히 해당 상품은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1호의 '1일 완판' 흥행에 개인 리테일 물량을 늘려 출시된 펀드였다.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을 통해 판매됐다.
운용사는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강제 매각에 대한 이의제기 및 소송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현지 청산 후에 상장폐지될 예정이며 잔존가치와 청산 일정은 추후 별도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출 연장 및 리파이낸싱 실패로 인한 투자 손실이 현실화되자 대출 만기가 도래한 다른 부동산 펀드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서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주요 임차인이었던 데카뱅크가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사옥 이전을 결정하면서 빌딩 자산 가치가 급락한 경우였다.
하지만 벨기에 펀드의 이 건물의 주요 임차인은 벨기에 정부기관과 2030년까지 임대차 계약이 체결돼 있다. 공실률도 제로 수준이다.
유럽 부동산 시장 침체로 빌딩의 가치 평가액이 하락한데다 고금리 상황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자 선순위 채권자가 자산 가치 회복까지 기다리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0%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4.5%까지 10외 연속 인상했다. 급격하 금리 인상으로 유럽 상업용 오피스 부동산 가치는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전세계적으로 오피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가격지수는 2022년 초고점 대비 약 19% 하락했으며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오피스 부문 가격 하락이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또 "시장의 회복 속도는 직전 상승 싸이클 대비 느리며 상승폭 역시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피스 부문을 중심으로 근무 형태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잇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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