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 기업, 주기적 지정제 3년 유예
감사위 설치 749개 기업 신청 가능…지정 감사 한번은 받았어야
시뮬레이션 결과 약 40개 기업 "무난히 선정 예상"
내년 심사 후 2026년 지정부터 실시…선정시 9년 간 자율선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3년 간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 우수 기업들에 한해 주기적 지정을 3년 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6년 자율선임 후 3년 지정 감사를 받도록 하는 주기적 지정 제도를 2028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발표한 바 있는데, 그때까지라도 감사인 독립성 등이 우수한 기업들에겐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지배구조 점수가 높아 무난히 선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은 40개 정도다. 80개 기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유예 가능성이 있다. 올해 주기적 지정 대상 기업 수는 517곳이며 3년째 500여개 기업들이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감사인 주기적 지정 3년 유예 대상이 되는 기업의 세부적인 선정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가 주기적 지정 3년 유예 카드를 꺼낸 건 주기적 지정제가 모든 상장사에 예외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강력한 제도란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기적 지정제란 기업들이 6년 간 감사인을 자율 선임한 뒤 3년 간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제도로 지난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 때 도입됐다.
이에 당국은 주기적 지정제의 큰틀은 유지하면서도 제도 자체를 합리적으로 완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6년이 아닌 9년 간 자율선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다.
제도를 운영하는 3년 중 한번만 선정되면 자율선임 기간이 언제 끝나든 혜택이 보장된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 간 주기적 지정에 들어간 회사도 2027~2032년까지 6년 자율선임 이후 추가로 2035년까지 자율 선임을 이어갈 수 있다.
내년부터 3년 간 신청 가능…감사위 설치한 749개 등 대상
현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749곳이다. 상법상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99곳, 그외 선택적으로 감사위원회를 둔 550곳 등이다.
3년 내 결격 사유도 없어야 한다. 결격 사유는 크게 법령 위반, 회계신뢰성 결여 등 두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회사 또는 소속 임직원의 횡령·배임, 외부감사법, 자본시장법(불공정거래·공시의무 위반 한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해 애정청의 제재 처분이나 검찰의 기소, 법원의 유죄 판결 등을 받은 경우에는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무죄 또는 처분 취소 취지의 법원 판단이 있거나 법령 위반이 경미한 경우엔 신청이 가능하다.
감사의견 비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재무제표 재작성, 회계부정 우려가 있어 감리가 진행 중인 경우 등 회사도 신청이 제한된다.
신청 접수는 6~7월 중 있을 예정이며 3분기 중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평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 유예 대상이 결정된다.
태현수 금융위 회계제도팀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35~40곳 정도 기업의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며 80개 정도 기업은 노력하면 기준점을 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17개 항목 기준 '절대평가' 선정…밸류업 기업도 50점 가점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기준은 최대한 정량화해 절대평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1000점 만점 중 800점 이상을 획득한 회사는 지정 유예 대상이 되며, 모든 평가 항목의 배점을 명확히 공개하고 있다.
당국이 가장 큰 배점을 둔 분야는 감사기능 독립성(300점)이다. 주기적 지정제는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극도로 높인 제도인데, 이 부분이 회사에 내재화됐다면 감사 유예가 가능하단 측면에서 배점이 가장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내부 감사위원을 2인 이상 분리선출한 경우 200점을 부여해 17개 세부 항목 중 배점이 가장 크다. 감사위원 2인 이상 분리선출은 당국의 지정 유예 기준의 논의 초기에 필수 요건으로 넣을지 검토됐던 사안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배점 비중을 가장 크게 하는 걸로 협의됐다. 현행법상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감사위원회 설치시 감사위원 1인 분리선출이 의무이기 때문에, 신청할 수 있는 749개 기업은 모두 100점을 받고 시작하게 되며 2인 이상 분리선출시 200점이 부여된다.
또 평가위원회는 기업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자체적인 개선 노력을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회 임기가 남아 당장 감사위 구성을 바꿀 수 없는 기업이라도 정관이나 내규 반영, 확약서 등 구속력 있는 방법이라면 유연하게 인정된다.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해선 별도로 50점 가점 항목이 있다. 내년 신설될 밸류업 우수표창을 비롯해 ESG기준원 지배구조 평가 등급 우수기업(S·A+), 코스닥 대상 등 기업에 대해선 가점이 부여된다. 다만 회계 부정 우려가 크거나 지배구조 평가 하위 50% 수준인 기업 등은 가점 부여에서 제외된다.
이 밖에 감사기구, 특히 감사위원장의 회계 전문성, 감사인 선임 절차의 투명성, 내부 감사 지원 조직의 실효성, 자체 노력 등을 반영할 예정이다.
태현수 금융위 회계제도팀장은 "전체적으로 회계에 대해 노력을 많이 한 걸로 알려진 회사들의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 예상대로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지표 하나만으로 지정 유예 여부가 결정되는 지표는 없도록 했다"며 "하나의 지표가 조금 달성하기 어려운 회사의 여건이 있다 해도 다른 지표들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한다면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주기적 지정제 유예 신청은 2027년까지 3년 간 진행된다. 주기적 지정제 도입 후 2020년 최초 지정받은 기업이 한 사이클이 지나 2029년 재지정받는 시점이 오면 정부는 주기적 지정제를 골자로 하는 신외감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원점 재검토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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