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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신창이 여고생의 희망찾기, 영화 '한공주'

등록 2014.04.15 07:11:00수정 2016.12.28 12: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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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키스해 봤어? 몇 명이랑?" "43명, 고릴라들과?"  여고생에게 '첫 키스'는 호기심이다. 같은 반 친구 '이은희'(정인선)는 전학 온 친구 '한공주'(천우희)를 향해 똘똘한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 공주는 희미하게 웃는다. 그녀에게 첫 키스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일 뿐이다.  gogogirl@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키스해 봤어? 몇 명이랑?" "43명, 고릴라들과?"

 여고생에게 '첫 키스'는 호기심이다. 같은 반 친구 '이은희'(정인선)는 전학 온 친구 '한공주'(천우희)를 향해 똘똘한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 공주는 희미하게 웃는다. 그녀에게 첫 키스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일 뿐이다.

 공주는 쫓겨나 듯 새로운 학교로 전학 왔다.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시선도 따갑다. 새롭게 머물게 된 집에서도 눈치를 보기 일쑤다. 엄마는 재혼하고 전화번호를 바꿨다. 아빠는 매일 술에 절어 푸념만 늘어놓는다. 의지할 곳도, 머물 곳도 없다.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키스해 봤어? 몇 명이랑?" "43명, 고릴라들과?"  여고생에게 '첫 키스'는 호기심이다. 같은 반 친구 '이은희'(정인선)는 전학 온 친구 '한공주'(천우희)를 향해 똘똘한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 공주는 희미하게 웃는다. 그녀에게 첫 키스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일 뿐이다.  gogogirl@newsis.com

 처음에는 친구들과도 거리를 뒀다. 견디듯 살아가는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수영'이었다. 그러다가 '은희'를 만났다. 매몰차게 대할수록 더욱 살갑게 다가오는 은희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은희가 리더로 있는 아카펠라 동아리에 가입, 친구들과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상과 화해하는 듯했다. 하지만 평온했던 학교생활도 잠시, 피의자 부모가 새로운 학교로 들이닥친다. 공주는 또다시 갈 길을 잃었고 늦은 밤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여고생의 꿈은 좌절됐다.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키스해 봤어? 몇 명이랑?" "43명, 고릴라들과?"  여고생에게 '첫 키스'는 호기심이다. 같은 반 친구 '이은희'(정인선)는 전학 온 친구 '한공주'(천우희)를 향해 똘똘한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 공주는 희미하게 웃는다. 그녀에게 첫 키스는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기억일 뿐이다.  gogogirl@newsis.com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고 말하며 흘리는 공주의 눈물은 쓰다. 과거 자주 비는 공주의 집은 아지트로 활용됐다. 그 집에서 공주는 고릴라 탈을 쓴 43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모습은 핸드폰에 고스란히 담겼고, 피해자 공주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됐다.

 어른들의 고개는 절로 숙어진다. 공주가 짓밟힐 동안 그녀의 말을 들어준 사람은 은희와 선생님, 어머니뿐이다. 공주를 위하는 척 말하는 경찰관은 "너는 피해자"라고 말하지만, 피의자와의 합의서를 내민다. 공주 몰래 피해자와 합의한 아버지는 딸을 판 돈으로 술에 취해 있다. "이런 일이 있었으면 널 우리 학생으로 받지도 않았어"라는 무책임한 교장의 말에도 순간순간 화가 치민다.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각급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공주’가 4월 ‘이동진의 무비꼴라쥬 라이브톡’ 작품으로 선정됐다.  16일 오후 7시 전국 CGV 14개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번 라이브톡에는 이수진 감독과 주연배우 천우희를 초대해 ‘한공주’의 뒷이야기들을 듣는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은 주인공 공주가 세상이 정해놓은 피의자가 돼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감독은 치밀한 연출력, 천우희는 세심하면서도 힘 있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과 시민평론가상을 시작으로 마라케시, 로테르담, 도빌 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이동진의 무비꼴라쥬 라이브톡’은 영화 상영 후 ‘시네마톡’을 무비꼴라쥬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한다. CGV압구정 1관에서 이뤄지는 시네마톡을 CGV 강변, 구로, 상암, 동수원, 소풍, 오리, 대전, 대구, 광주터미널, 서면 등에서 볼 수 있다.  16일까지 CGV홈페이지에서 라이브톡을 예매하고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댓글로 남기면 참석할 수 있다.  gogogirl@newsis.com

 이수진 감독은 현재를 사는 공주에게 과거를 입혔다. 평범한 공주의 일상이 지루해질 찰나 갑작스레 과거로 넘어간다. 소용돌이 같이 휘몰아치는 답답한 과거에 숨이 막혀올 때 다시 현재로 넘어오는 등 완급조절이 탁월하다. 관객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생기는 긴장감에 더욱 빠져든다.

 영화배우 천우희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듯하다. 눈빛으로만 공주를 연기했다. 무표정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과거와 부딪혔을 때 극은 더욱 극대화된다. "여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놀랍고 훌륭하다"는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의 호평이 아깝지 않다.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가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29일부터 4월5일까지 열린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는 유럽 문화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작품을 주로 소개해왔다. 2011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대상,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청년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수진 감독은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내 영화를 지지해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영화제에 참석 못 해 아쉽다. 다음에 좋은 영화로 또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 만들겠다”고 전했다.  앞서 ‘한공주’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CGV무비꼴라쥬상과 시민평론가상, 제13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와 제43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의 대상 격인 금별상과 타이거상, 제16회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3관왕을 차지했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친구를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가 새로운 곳에서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이다.  17일 개봉한다.  gogogirl@newsis.com

 은희가 묻는다. "왜 수영을 배워?" 공주는 "살고 싶을지 모르니까"라고 대답한다. 드넓은 한강을 헤엄치며 살고자 발버둥 치는 공주의 모습이 인상 깊다. 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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