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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가방에 매달 현찰 1억 배달…'국정원 뇌물죄' 성립될까

등록 2017.11.01 11: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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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만(왼쪽)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2017.10.3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만(왼쪽)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2017.10.31.  [email protected]

비서관·수석 등에게 매달 돈 건네져
직무관련성 인정되면 '뇌물죄' 성립
법원, 대가관계는 폭넓게 인정 추세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007가방'까지 동원해 가며 청와대 측에 돈을 상납한 행위가 뇌물죄로 성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국정원 측이 지난 2013년부터 '문고리 2인방' 안봉근(51)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총무비서관에게 매달 007가방에 현금 1억원을 담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안 전 비서관, 이 전 비서관뿐만 아니라 조윤선(51) 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기환(58) 전 정무수석에게도 매달 500만원을 건넨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이 국고손실·횡령뿐만 아니라 뇌물죄로 인정될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같은 검찰 판단에 무게를 둔 전망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과 청와대 사이에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점이 그 근거로 꼽힌다. 검찰은 국정원이 건넨 돈의 출처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연간 약 4900억원 대로 알려졌다. 이 돈은 내부 활동, 조사 및 정보 수집 등에 대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이유는 청와대가 국정원의 상급 기관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청와대는 국정원의 인사, 관리·감독 등 권한을 갖고 있다.

 또한, 검찰은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국정원 측에게서 온 대통령 보고 등을 관리하면서 국정원과 직·간접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국정원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 정해진 목적대로 사용해야 할 돈을 다른 목적으로 청와대에 건넸다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돼 돈을 받은 것이므로 뇌물죄가 충분히 성립된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2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24.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2차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24. [email protected]


 특히 형법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 등 뇌물을 받는다면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가 관계보다도 직무관련성을 더 중요히 여긴 것이다.

 이는 공무원이 돈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업무의 공정성과 청렴성,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법원도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면, 그에 대한 대가 관계는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향후 수사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 돈의 용도 등을 규명하는 게 뇌물죄가 인정되는 데 있어 핵심 요소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공무원들이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상납받아 어디에 썼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안·이 전 비서관 등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더 '윗선'에 상납했거나, 정치 자금 등으로 활용했다면 수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 상황이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면,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라며 "뇌물죄 구조 또한 충분히 성립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 측 관계자가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용처가 밝혀지게 된다면 이는 가중처벌 요소가 될 것"이라며 "뇌물죄뿐만 아니라 수뢰후부정처사 죄도 적용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부장판사급 법관은 "검찰이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과 관련한 충분한 사실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면, 법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뇌물죄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뇌물죄 적용과 관련해 입증이 어려운 점 등을 들며 향후 법정에서 공방이 치열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청와대의 부족한 활동비를 국정원이 메워주는 등 편법 예산 소문은 과거부터 있었다"라면서 "전달된 돈의 목적, 사용처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뇌물죄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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