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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노동 실태]<상>인권·노동권 침해에 내몰리는 청소년들

등록 2018.01.01 08:00:00수정 2018.01.01 0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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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노동 실태]<상>인권·노동권 침해에 내몰리는 청소년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난해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광주·전남지역 청소년들과 이주민들의 사연이 공론화됐다. 이들은 '법과 근로자의 권익을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폭언·폭행·체불·성희롱 등에 시달리면서도 생계유지를 위해 열악한 노동 조건에 순응해야만 했다. 청소년·이주민의 노동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도 미흡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임금 체불을 당하거나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청소년이 노동당국에 신고해도 사업주는 밀린 급여만 주면 그만이다. 처벌 규정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도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 제한'과 '노동력 단기순환 정책'에 따라 사업주의 권한에 종속되고 있다. 새해를 맞아 저임금과 인권 침해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실태와 관련 제도의 문제점, 개선 방향을 '지역 10대 알바생들의 열악한 근로 현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노동 전문가들이 바라본 문제점과 개선 대책' 등을 세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취약계층 노동 실태]<상>인권·노동권 침해에 내몰리는 청소년들

  ◇'노동 착취' 내몰리는 10대 알바생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들었습니다. '동작이 굼뜨거나 주문대로 반찬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아 벽에 내리쳤어요."

  "열중쉬어 자세를 강요한 뒤 신체 특정 부위를 수차례 만졌어요. 너무 치욕스러워서 울었습니다. 주방에서 남은 반찬이나 고기 찌꺼기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잦은 욕설과 폭행으로 억울했어요. (일을)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생계유지 때문이었죠."

  전남 담양군 유명 숯불갈비식당에서 일했던 청소년들이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인권단체)와의 상담 과정에 밝힌 사례들이다.

  인권단체 조사 결과 평균 1년 6개월 간 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청소년 18명은 관리인으로부터 상습적인 폭언·폭행·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불 임금도 4000여 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청소년 2명이 인권단체에 피해 사실을 토로, 학대와 근로기준법 위반 정황이 드러났고 노동청 조사로 이어졌다.

 편의점 알바생이었던 이모(17·여)양은 지난달 19일 열린 시 노동인권센터 주관 '청소년 노동 상담사례 발표회'에서 최저임금과 수당 미지급 사례를 토로했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광주의 한 편의점에서 주말 저녁 10시간씩 일했던 이 양은 시급 5000원만 받았다.

  시간당 최저임금(지난해 기준 6470원)뿐만 아니라 '연장·야간 근로 가산수당, 주휴수당'까지 90만9000원을 받지 못했다.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편의점주에게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의 한 고깃집에서 하루 9시간씩 주 6일 근무를 하던 한 청소년은 '퇴근 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추가 수당 또한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노동권과 인권을 침해받는 사례는 다양하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허위 구인광고, 휴게시간 미보장, 4대 보험 미가입, 퇴직금 미지급, 부당 해고 등 착취에 내몰리고 있다.

  이밖에도 청소년들이 학교 추천 현장실습장인 건축사무실과 미용실에서 임금 상승과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했다가 해고당하거나 교육비를 반환한 경우, 이면계약으로 최저임금과 휴게시간을 주지 않은 사례 등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취약계층 노동 실태]<상>인권·노동권 침해에 내몰리는 청소년들


  ◇'청소년 값싼 노동력 취급' 근로 시간↑ 처우↓ 

  1일 광주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6월 광주지역 청소년 27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14.9%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이들 중 최저임금(지난해 기준 시간당 6470원)을 받지 못한 청소년이 34%,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한 청소년이 68.9%에 달했다. 전국 평균 25.8%와 59.3%보다 10%가량 높은 수치다.

  반면 근로시간은 1주일에 3.4일로 전국 평균(2.8일)보다 길었다. 일은 더 많이 하고 돈은 덜 받는 '착취형 구조'인 셈이다.
 
  일하는 도중 다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20.2%에 달한 가운데, 이들 중 89.3%는 산재보험 처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0.3%는 '일을 하면서 욕설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4%는 '성폭력·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하는 직종으로는 음식점(42.4%), 편의점(11.9%), 전단지 배부(9.9%), 카페(4.1%) 순이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목적으로는 77.5%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사회경험을 위해서' 일을 하는 청소년도 10.6%에 달했다.

  '부당대우를 받았다'고 답한 668명(23.9%) 중 36.3%는 '일을 그만 뒀다'고 답했고, 30.8%는 '참고 계속 일했다', 7.7%는 '방법을 몰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응답해 대부분 '합법적 구제'보다는 '수동적 자세'를 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를 인정해주는 나라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71.4%가 '그렇지 않다'고 했고, 92.7%는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교육을 받은 청소년은 17.3%로, 이 역시 전국 평균(28.5%)에 크게 뒤졌다.

  광주 광산구가 지난달 공개한 '노동 실태 조사(만 15~24세 청소년 노동자 252명 상대)'에서도 '근로계약서 미작성·4대 보험 미가입 사업장'은 각각 36.1%·34.1%에 달했다. 

[취약계층 노동 실태]<상>인권·노동권 침해에 내몰리는 청소년들


  정해진 휴식 시간을 보장받는 청소년 노동자는 27.8%에 불과했고, 31.3%가 '빵이나 분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답했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강석 연구위원은 "학교 정규교육 과정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실시돼야 하고 학교관리자와 모든 중등교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무·자격 연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주 노무사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반복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의식 개선, 청소년 노동을 보호할 제도·법·교육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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