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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매수일색 증권사 리포트 변해야

등록 2019.01.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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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매수일색 증권사 리포트 변해야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금융투자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는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성 문제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 대다수가 '매수' 또는 '유지'로 투자 의견을 내다보니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4일 액면분할을 전후로 증권사 리포트들은 대대적으로 매수를 추천했다. 5월4일 5만3000원에서 시작된 이 회사 주식은 같은 달 15일 4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증권사 리포트는 대부분 매수 의견을 내놨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고점 논란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증권사 리포트 제목은 '저점매수 기회', '바닥 다지고 이제 다시 상승 국면 기대', '괜찮다' 등으로 나왔다.
 
이는 삼성전자가 3만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과도한 우려가 반영된 주가', '반도체 투자유망종목', '가파른 성장 후 잠시 쉬어가는 중' 등 희망적인 목소리만 리포트에 담겨 있을 뿐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매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비단 삼성전자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9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5328개의 리포트를 발간했는데 이중 4487건이 매수 의견이었다.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고 미중 무역분쟁 여파 등으로 국내 증시가 불안해도 단 한 건의 매도 리포트는 없었다.

최근에야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이 한진중공업에 대한 리포트에서 '해외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손실인식이 필요한 탓에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엄 연구원의 매도 리포트는 발행 직후 많은 언론사들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사 리포트의 현실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꿴만큼 향후에는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리포트가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과거 도이치 증권이 셀트리온의 비용 회계처리 문제를 지적하며 매도 의견을 제시,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았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국내 증권사 리포트도 변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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