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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송영길 발언, 여권 '숙의 생태계'에 마중물 돼야

등록 2019.01.18 16: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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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송영길 발언, 여권 '숙의 생태계'에 마중물 돼야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수일간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脫)원전' 이후 업계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연착륙과 노후 원전·화력 발전 중단 후 신한울 원전 3·4호기 교환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서 부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당에서 대통령 또는 당 주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의원은 조응천 등 극소수다.

조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비위 정황이 드러나자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당 안팎의 '조국 구하기'가 시작되자 이후 추가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여당 의원이 1호 당원인 대통령과 실세인 당내 주류의 결정을 비판할 경우 유무형의 불이익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도 청와대나 당 주류와 결이 다른 탈원전 연착륙 등을 언급하자 당 내부와 청와대의 반발에 직면했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송 의원의 발언 다음날인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송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주류인 이해찬 대표도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탈원전을) 결정한 것인 만큼 (재개) 검토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신한울은 다 정리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송 의원은 당청의 압박에 "탈원전 정책에 동의한다"고 해명했지만 원전과 장기간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생산단가 확보,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 등이 그 이유다.

그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과 상관없는 원전이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공론화위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가 집중 논의 된 바 없고, 매몰비용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도 지적했다.

청와대와 당 내부에서 "미세먼지는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2차 반박이 이어졌지만 문 대통령은 15일 기업인과 대화에서 "기술력, 국제경쟁력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기자재,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정부가 귀 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송 의원의 다른 목소리가 문 대통령 발언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 주류를 긴장하도록 하는 데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잡다기한 의견을 담아내고 풀어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목소리가 배제되는, 획일화한 정당은 현장의 민의와 괴리될 수밖에 없다.

실제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내 엄중한 원칙주의 또는 대통령 눈치 보기, 그에 따른 의원들의 침묵으로 주요 정책과 이슈를 이끌어 갈 당내 토론과 설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당내 다른 목소리는 당 주류에게는 분열 또는 혼선으로, 배제하고 싶은 분란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분열로 인한 악몽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분열 못지않게 나쁜 것이 내부 비판, 내부 견제의 부재다. 획일화로, 또는 눈치 보기로 민의를 담아내지 못하는 정당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송 의원 발언 취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 그 발언이 촛불로 집권한 민주당 내부에서 대통령과 당 주류를 긴장하게 할 치열한 토론을 이끌어내고, 더 나은 어젠다를 만들어 낼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제2의 송영길, 제3의 송영길이 만들어 낼 민주당의 건강한 생태계가 촛불을 들었던 국민 개개인의 삶과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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