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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日초계기 도발, 강경 대응 만이 능사 아니다

등록 2019.01.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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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 위협비행으로 촉발된 한일 간 군사적 갈등이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은 6·25 전쟁 이후 60여년 동안 한미-미일 동맹의 그늘 아래 표면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양국이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 역사적으로 얽힌 특수성 때문에 얼굴을 붉히긴 했어도 요즘처럼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내포한 군사적 갈등을 빚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위안부 합의 취소와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한일 관계에 균열이 생기더니 초계기 위협 비행 사건으로 서로 등을 돌리기 일보 직전이다.

이번 초계기 위협 비행이 군사 갈등으로 확산된 배경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한일 갈등을 고조시켜 계속된 지지율 하락을 막고, 자국내 보수 우익 중심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노림수로 통한다.

아베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화 요구를 일본이 노골적으로 '패싱'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대화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리 군 당국도 강경대응 기조를 꺼내 들었다. 지난 주말 해군작전사령부를 전격 방문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일본 초계기가 다시 위협비행을 할 경우 군 대응 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한 발언은 일본을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예상만큼 큰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 간 무력 충돌로 자칫 한반도 주변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는 양국 모두에 백해무익하다.

국방부는 이번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을 명백한 군사적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의 대화 요구에 일본이 억지 주장 만을 내세우며 사태를 질질 끌고 있는 것도 국제 관례 상 규탄 받아 마땅한 촌극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군사적으로는 '강 대 강'의 대치 구도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우리의 정당성을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기보다 다자간 협의체인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에서 해군 함정과 항공기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절차를 다룬 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라는 해상규범을 근거로 국제사회에 조속히 유권해석을 의뢰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CUES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아태지역 관련국이 이행 의지를 갖고 약속한 국제적 관행이자 규범이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작금의 동북아 상황을 생각하면 국제관계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이 진리는 진리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오로지 국익만이 있을 뿐이라는 또 하나의 정설에 따라 정부와 군 당국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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