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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개편안에 '기업지불능력' 제외 놓고 전문가·노사 모두 이견

등록 2019.02.27 17: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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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장 많은 상황에서 기업지불능력 중요"

"'고용 미치는 영향' 보완한다는 설명 납득 안돼"

국회 추천 공익위원 몫에 대해서도 찬반 논쟁

국회의 공익위원 추천 몫 4개 배분 문제도 남아

당정 협의 거쳤지만 야당과는 교감 없은 상황

최저임금개편안에 '기업지불능력' 제외 놓고 전문가·노사 모두 이견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정부가 27일 확정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에 '기업지불능력'이 제외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의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리고 있고, 노사 간에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에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검토 됐던 '기업지불능력'은 포함되지 않았다.

고용부는 전문가 토론회에서 기업 지불 능력이 다른 결정기준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지표화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는 점을 제외 근거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세사업장과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을 너무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종업원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40%를 넘는다"며 "영세한 기업에게는 기업지불능력이 중요한 지표인데 이번 확정안에는 제외돼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순 교수도 "최저임금의 지급주체는 사용자이며 주로 최저임금 대상자들이 포진한 게 영세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 시장"이라며 "지급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규모 사업장의 지급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비용부담 정도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없이 결정이 이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지불능력을 수치화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택 국민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지급능력이라는 게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임금 결정기준에도 없는 기준"이라며 "당연히 빼야 하는 기준인데 (정부가) 협상용으로 초안에 끼워넣었다가 확정안에 슬그머니 뺀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을 제외하는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 등으로 보완하기로 했지만, 이를 놓고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은 이와 관련해 "기업지불능력이 결과적으로는 고용의 증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준으로 보완될 수 있고 기업 지불능력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등 지표는 '경제 상황'의 지표와 중첩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으로 '기업지불능력'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교수는 "고용과 경제 상황을 감안해서 결정하라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규모사업장 비용부담에 대한 객관적 상황을 측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좀 더 구체화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기업지불능력을 제외하는 대신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완하겠다는 고용부 설명은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 고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며 공기업이나 대기업들은 경제상황에 상관없이 인위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다"면서 "허수에 불과한 고용 수준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과대 포장된 결과를 최저임금에 반영하겠다는 말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도 기업지불능력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경영계 단체들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단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업지불능력은 임금수준 결정 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며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경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기업 지불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고 주장하나 일본 사례를 참조하면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있는 수익성, 성장성 같은 자료들을 토대로 기업지불능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며 "결정체계 개편의 취지를 본질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지불능력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정부 초안에 제시됐던 기업의 지불 능력이 제외된 것은 아쉽다"며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해 기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으로 향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균형성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안에는 그동안 한국노총이 반대해온 결정기준 가운데 하나인 기업의 지불능력은 제외됐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또한 결정위원회 위원을 노·사·공익 각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하되, 공익위원 추천 몫을 국회(4명) 부여하기로 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회가 최저임금 결정에 개입하게 되면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추천 몫 4개를 어떻게 배분할지의 문제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광택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당사자 주의가 중요한데 국회를 끼워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가 더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곳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회나 정부의 추천권을 부여하기 보다는 독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철저한 노사 당사자 주의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지순 교수는 "국회에서 추천을 하면 좀 더 책임의 범위가 넓어서 자기 책임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라는게 다양한 정치적 고려들이 들어가니까 한쪽으로 쏠리는 효과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데는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제 하에서 정부가 하나의 정치세력을 대표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용부 장관이 정치적인 당파성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인물을 추천하는 데 실패했다"며 "정부에 맡기기에는 우리가 너무 네거티브한 경험을 해 왔고 보완책을 찾다가 보니 여야 라는 두 주체가 있는 국회가 추천 주체로서 균형성을 갖추는데 도움을 주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부안을 놓고 이견이 상당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입법으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 과의 공감 과정은 거치지 않은 상황이다. 

임 차관은 야당과의 교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임시국회가 열리면 논의가 될 것"이라며 "입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야당과) 논의는 안 돼 있지만 이후에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서 설명하거나 위원님들을 찾아가서 설명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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