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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독단적으로 비핵화 결정 못해" 켄 고스 CNA국장

등록 2019.04.03 10: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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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권력 체재내 비공식 규칙에 의존"

"내부 기반 다진 뒤에야 비핵화 결정 가능"

"최소 몇 년 걸리는 단계적 협상 불가피"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했다고 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19.02.09. (사진=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했다고 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19.02.09. (사진=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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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미 해군분석센터(CNA) 켄 고스 국장이 2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사이트 더힐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 최고 지도자 김위원장이 아무런 제약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북한 체제를 잘못 이해하는데 따른 오류라고 지적하고 북한 비핵화를 하려면 몇년에 걸친 단계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스 국장 기고문의 주요내용이다.

"미 정책당국자들이 가진 근본적인 의문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인가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핵보유는 북한 지도자들이 한국전쟁 직후부터 꿈꿔온 것으로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고 한미 사이를 갈라놓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대계획의 일부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김정은이 비핵화를 원할 경우 실행할 수는 있을까?

이 의문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의 핵심에 해당한다. 김정은이 펜 한번 굴림으로써 경제와 번영을 대가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무제한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이 가정은 그러나 북한 체제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지 못한데 따른 오해에서 비롯된다.

김위원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것은 맞다. 그의 권위는 노동당 규약과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그는 노동당 위원장, 중앙군사위원장, 국무위원장, 최고사령관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의제와 정책 결정과정을 관장한다. 그러나 그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정책 유산을 무시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는 그같은 결정이 필요한 일이다.

김위원장의 행동범위는 그가 지닌 직책과 공식적 권력을 넘어서는 힘에 의해 결정된다. 그의 권위와 권력은 북한 체제에 내재하는 일련의 비공식 규칙에 의존한다. 이 규칙은 김위원장 일가의 역할과 일가의 유산, 체제 안보를 보호하고 지킬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약속에 의존하는 것이다.

북한 역사에서 지도자의 행동이 군부에 의해 좌절된 사례가 있다. 1960년대 김일성 주석은 자기 동생 김영주를 후계자로 세우려 했으나 자신의 지지세력인 갑산파의 반대로 좌절된 적이 있다. 이후 갑산파 인사들은 대대적으로 숙청됐다. 1992년에는 소련유학파 출신 군 간부들이 군사 퍼레이드 도중 김씨 일가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발각돼 여러명이 처형된 적도 있다.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권력세습 과정에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것이 고위층 사이에 분노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정하려는 계획이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 김정은은 김영일 총리를 당간부들에게 보내 사과하게 했다.

2010년 김정일은 몇개월전 남한 해군에 의해 북한 함정이 침몰된 것을 보상하기 위해 천안함 폭침을 승인했다. 김정은은 방문객들에게 보수세력과 강력한 관습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불만을 드러낸 적이 한번 이상 있다. 하노이 회담 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수천통의 청원 편지들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김위원장이 아무런 제한없이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의 권력과 전체주의 체제의 역학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북한 지도자 권력의 정당성은 선조들이 정한 정책 기준을 따르는 한도에서 유지될 수 있다. 이는 김정은이 자신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기준을 따를 때만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입안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가 핵프로그램을 가속화하거나 늦추거나, 심지어 일부를 폐기할 수 있지만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를 하려면 내부적으로 기반을 다져논 뒤에야 가능한 것이다.

김정은의 정당성은 핵과 경제를 함께 개발하는 병진노선에서 나온다. 그러나 경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전적으로 핵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김정은이 가계와 연결돼 지니는 개인적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일이다.

김위원장이 핵포기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과정은 보수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핵심 세력들과 손을 잡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김씨 일가, 노동당, 군부, 보안기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핵포기를 설득하는 주장을 펴야하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합의를 존중할 것임을 확신시켜야 한다.

이 점이 북한이 처음부터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김위원장이 포기의 대가를 보여줄 수 있는 단계적 해법을 좋아하는 이유다. 이렇게 볼때 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제안에 머뭇거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핵심 세력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뒤에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산을 무효화하는 작업을 펴야 한다. 그의 아버지의 유산은 핵프로그램과 직결돼 있다. 이를 무효화하려면 전국적인 당회의를 개최해야 하며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그런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을 명시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북한은 김위원장이 체제를 새로운 길로 이끌 것임을 밝히는 이 과정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 따라서 김위원장이 비핵화 결정을 내려 이행할 것이란 기대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 일부를 빌려주거나 미뤄두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단계적 협상을 거쳐 김위원장과 북한 체제가 전면적인 비핵화를 수용하는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몇십년까지는 아니라고 몇년은 걸리는 일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신뢰 구축, 그리고 북한 엘리트와 인민 대중들의 경제적 혜택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런 뒤에야 김위원장은 자신이 핵무기를 보유한 폭군 3대가 아니라 경제개혁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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