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진달래 화가 김정수 "이젠 캔버스 아닌 TV에 생생 재현"

등록 2019.04.08 18:20: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회화를 미디어아트로 구현 첫 전시...선화랑 10~30일

【서울=뉴시스】캔버스 대신 TV화면에 담아낸 진달래. 분홍 꽃잎이 날리는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김정수 작가의 첫 미디어아트다.

【서울=뉴시스】캔버스 대신 TV화면에 담아낸 진달래. 분홍 꽃잎이 날리는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김정수 작가의 첫 미디어아트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허공에서 꽃 잎 하나 하나가 눈 처럼 조용히 내려와 갈색 소쿠리에 차곡차곡 쌓인다. 캔버스에 박제된 흩날리던 이미지가 실감나게 떨어진다. 

"2년 걸렸어요. 회화 작업을 디지털로 제작하기까지…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전복시킨 셈이죠. 이젠 물감으로 붓으로 그리는 시대가 아니에요"

'진달래 화가'로 유명한 김정수(64)화백이 그 진달래 그림을 애니메이션 디지털로 재현해냈다. 삼성과 협업으로 삼성 QLED패널 TV에 담았다.

20년 이상 진달래를 그려온 그는 4년전 삼성 휴대폰 '노트'를 사용하면서 디지털에 취했다. 어떤 순간을 스케치할 때, 연필이나 종이가 필요없었다. 노트 펜을 꺼내 쓱쓱 그리면 머릿속 풍경이 그려졌다. "색감도 물감도 다양하고 정확해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젠 캔버스가 필요없는 시대가 됐어요"

그는 "'손 맛' '붓 맛'이 최고인양 아직도 그림이 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지만, 이 또한 디지털 기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이번에 처음 선보인 미디어 아트는 일반 회화작가가 디지털 화가로 변신하는 실험이자 혁신"이라고 했다. 

'진달래 미디어 아트'는 10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4년만에 여는 개인전에 선보인다. 캔버스가 아닌 TV화면이 벽에 걸렸다. TV에 담긴 미디어 아트 작품은 그림처럼 에디션이 없다.

【서울=뉴시스】TV화면이 그림이 된 김정수 '진달래'

【서울=뉴시스】TV화면이 그림이 된 김정수 '진달래'


김정수 화백은 "이미 고전과 명화를 움직여 미디어아트로 선보인 이이남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이벤트 퍼포먼스같은 미디어 아트와 달리 내 작품은 온전하게 한국 일등 제품(TV)에 한국정서가 충만한 진달래 그림이 합체되어 미디어아트로 구현된 '최첨단 회화'"라고 강조했다. 

진달래 그림은 이방인으로 살면서 탄생했다. 1983년 2월 파리로 도불하여 파리지앵으로 기반이 닦일 무렵인 1990년대 초, 한국 초대전 문제로 잠시 귀국하면서다. 당시 불현듯 든 생각은 한국인으로서, 한국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문제였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김정수 화백이 진달래 작품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캔버스대신 TV화면에 담아낸 진달래는 그림속 흩날리는 꽃잎 이미지를 실제처럼 생생하게 재현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김정수 화백이 진달래 작품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캔버스대신  TV화면에 담아낸 진달래는 그림속 흩날리는 꽃잎 이미지를 실제처럼 생생하게 재현했다.


당시 입체작품 및 전위예술, 비구상작품을 해오던 작가는 오래간만에 찾은 고국에서 다시금 ‘나는 어떤 작업을 해야 하나···’ 라는 혼란에 빠졌다.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업을 하자"고 결심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적인 작업일까. 고민하다가 한국의 문학 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우리의 문인들이 마음으로 즐겨 노래했던 꽃, 진달래가 다가왔다.한국인의 사랑, 정, 그리움 등 우리의 정서가 담긴 진달래는 그렇게 캔버스에 담겨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번 전시는 그림이라는 고정관념을 현대 사회상에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로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책, 영화도 옮기듯 그림도 캔버스에서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로 옮겨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서울=뉴시스】진달래 작가 김정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진달래 작가 김정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동영상의 시대속 '움직이는 회화'는 신기함보다는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조금만 진하면 철쭉이 되고 조금만 옅으면 벗꽃잎이 되어버리는 진달래 꽃잎의 색감은 쉽게 흉내낼수 없다"는 작가의 자부심이 있다.

캔버스가 아닌 또 하나의 TV 구입(?)과 복제-서비스 문제등이 부담 요소로 작용하지만, 하늘 하늘 떨어지는 진달래 꽃잎은 더욱 명상적이다. 느릿느릿 아련한 향수를 진~하게 불러낸다. 유화로 그린 진달래 그림 20점도 함께 걸렸다. 전시는 30일까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