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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 '패스트트랙 강행' vs 한국·바른정당계 '결사저지' 충돌

등록 2019.04.25 14: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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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 이날 정개·사개특위 열어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

한국당, '회의장 점거' 결사항전…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바른미래, 당 내분 이어 바른정당계 對 文의장 대립 격화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오신환, 이혜훈 유의동 의원 등 사개특위 사보임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서 사보임 서류가 접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문 의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04.25.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바른미래당 유승민, 오신환, 이혜훈 유의동 의원 등 사개특위 사보임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서 사보임 서류가 접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문 의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명운이 걸린 25일 국회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4당이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강행하면서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통해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 열차에 태우려 하자 자유한국당이 '회의장 봉쇄'라는 물리적 카드를 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편이 걸린 이번 패스트트랙 대결은 내년 총선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모두 걸려 있어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강 대 강 충돌을 불사하는 형국이다.

전날 사개특위 사보임 문제를 놓고 사실상 분당(分黨)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바른미래당은 이날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이는 전날 오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재적 5분의 3(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사개특위는 더불어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등 여야 4당 소속 위원이 총 11명이어서 단 1명만 반대해도 패스트트랙 열차는 출발할 수 없었다.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은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을,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각각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바른미래당은 비토(veto·거부)를 공언한 오 의원을 채 의원으로 교체해 패스트트랙 열차에 시동을 걸 채비를 마친 것이다.

민주당도 이날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소속 위원 전체에 국회 비상대기령을 내리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개인 사정으로 국회 대기가 어려운 박완주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사보임하고 권미혁 의원으로 교체하며 패스트트랙 완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바른미래당이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팩스로 제출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채이배 의원실로 찾아가 회의 참석을 저지 하고 있다. 2019.04.25.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바른미래당이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팩스로 제출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채이배 의원실로 찾아가 회의 참석을 저지 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은 급하지 않지만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편이 절실한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으로 내년 총선 의석수 확대를 기대하는 정의당은 패스트트랙 성사를 벼르는 모습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의에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20대 국회의 사명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 연대로 주요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의 입지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평화당의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개혁과 반개혁 세력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여야 4당은 오 의원 사보임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날 오후 중으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열어 패스트트랙 열차를 정상적으로 출발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도 총력 저지에 나선 상태라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당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행정안전위원회 등 회의장 3곳에 20~30명씩의 의원들을 보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오 의원과 교체된 채 의원실에도 다수의 의원들을 보내 물리적으로 채 의원의 출입을 막았다.

이에 따라 여야 4당이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사개특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원내대표실로 이동하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4.25.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사개특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원내대표실로 이동하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오 의원의 사보임에 반대해 왔던 바른미래당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전날 오 의원의 사보임을 밀어붙이기로 한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 전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분당 수순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날 오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사보임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 위해 문 의장이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면서 양측이 대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 의원은 "의회주의 폭거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사자인 제가 (문 의장을) 직접 만나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했음에도 저지해 놓고 뒷구멍으로 의사국장을 만나 결재하는 의장의 행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보임을 병원에서 결재한 문 의장을 비난했다. 

유 전 대표도 문 의장을 겨냥해 "이 모든 게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 민주당 2중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역사에 부끄러울 것"이라며 "오 의원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끝까지 투쟁해서 사개특위 처리를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오 의원 측은 문 의장의 사보임 허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신청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국회의 대치 전선이 여야 4당 대(對) 한국당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지도부 대 바른정당계, 한국당·바른정당계 대 문 의장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정국은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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