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박유천, 팬·소속사와 함께한 시간마저 지우다

등록 2019.05.03 13:49: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박유천, 팬·소속사와 함께한 시간마저 지우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마음이 가시에 찔린 것만 같았다. 그룹 'JYJ' 출신 연기자 박유천(33)의 마약 양성반응 소식을 듣고 나서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하지만 전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새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 때부터 지켜봐 왔으니, 인연이 없지는 않다. 2010년 10월12일 JYJ라는 이름을 내걸고 처음 연 쇼케이스 장소인 고려대 화정체육관을 찾았고, 이들의 유럽투어도 취재했다. JYJ는 지구촌 곳곳에 K팝의 씨앗을 뿌렸다.

 2010년 말 세 멤버를 만난 기억이 났다. 당시 '믹키유천'이라는 예명을 쓴 박유천은 KBS 2TV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의 주인공으로 호연했다. 호응도 대단했다. 박유천은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놀랐다"며 하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영화 '해무'(2014)로 각급 영화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쓰는 그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가 카메라 밖의 삶에서도 연기를 할 줄은 몰랐다. 4월10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떨구며 마약 투약 의혹을 부인하는, 그의 결백 주장을 믿었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를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그의 말에 거짓이 섞여 있으리라는 의심은 들지 않았다. JYJ 활동 초기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여론을 호의적으로 돌리기 위한 '페이크 다큐'였다. 그 기자회견이 '최고의 은퇴작'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왔다. 언론과 대중 앞에서 거짓말을 할 배짱이 있었다면, 마약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도 있었을 것이다. 진실을 고백했다면 자숙은 필요해도 퇴출은 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기자회견장까지 찾아온 박유천의 팬은 "하늘을 봐요. 기도할게요"라고 목놓아 외쳤다. 일부 기자들은 비웃었지만, 나는 울컥했다. 그 팬은 자신의 청춘을 걸고 박유천을 신뢰했다. "혐의가 인정된다면 내 인생이 부정되는 것"이라는 박유천의 주장이 현실이 되면서 그를 지지한 팬들은 물론, 소속사의 시간마저 부정 당했다. 스타의 성장 기록은 팬과 소속사의 궤적과도 일치한다. 마치 스스로를 보는 것 같아 특히 우여곡절을 겪은 스타를 쉽게 내치치 못한다. 더구나 씨제스는 JYJ와 시작해 더불어 성장해 온 회사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 없는 실타래처럼, 팬과 소속사의 기억 뭉치는 풀 수 없게 돼버렸다. 냉동고에 처박힌 채 잊힌 음식물처럼 화석이 됐다. 스타 연예인은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다. 꺼진 별은 하늘로 눈길을 돌려도 찾아볼 수 없다. 스타의 몰락과 함께 팬덤이 무너지는 안타까운 사례다. 
[기자수첩]박유천, 팬·소속사와 함께한 시간마저 지우다

박유천은 기자들에게 잊지못할 '교훈'을 남긴 연예인으로 남을 것이다. 모든 자청 기자회견은 일단 의심부터하라는.

경찰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유천을 3일 검찰에 송치했다.

문화스포츠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