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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백색국가 제외 두고 고심…'상응조치', 득보다 실 우려

등록 2019.08.08 17: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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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관계장관회의서 '日 백색국가 제외' 발표 미루기로 결정

日정부, 반도체 소재 수출 1건 허용…국제 여론전 나서

WTO, 회원국 위반 여부 직접판단 금지…분쟁해결제도 통해야

전문가들 "WTO 제소 앞두고 반대급부 조치 자제해야"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안경을 올려 쓰고 있다. 2019.08.0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안경을 올려 쓰고 있다. 2019.08.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승재 기자 =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대응하기 위해 백색국가(수출 우대국) 제외라는 카드를 검토했지만 최종결정을 유보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1건 허가하면서 국제 여론전을 시작하자 우리 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제도에 대해 논의한 결과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이날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고시 개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오는 28일부터 일본 기업이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품목을 국내 기업에 수출하려면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는 3년 포괄허가를 통해 개별 수출품목 심사를 면제받아왔다.

다만 개정안과 함께 공개한 시행세칙을 보면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규제 품목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자로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종의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극우 성향매체인 산케이는 "일본 정부는 군사전용 등 우려가 없으면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워왔다"며 "이번 수출 허가를 통해 한국에 대한 규제는 금수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글로벌 소싱 제품이라는 반도체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규제를 하기에는 일본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일 양국 간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끝내려면 결국 대화 국면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역사왜곡 경제침탈 평화위협 아베규탄 시민행동이 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 병력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2019.08.0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역사왜곡 경제침탈 평화위협 아베규탄 시민행동이 8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경찰 병력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2019.08.08. [email protected]



즉각 맞대응 카드를 꺼내려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의 태도 변화 신호가 다소 난감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이미 제외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추가 규제에 나설 수 있어 아직은 칼자루를 일본이 쥐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발표하려던 수출입고시 개정안 내용을 보면 현재 '가'와 '나' 지역으로 분류된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다' 지역을 새로 만들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통상 국내 기업이 '가' 지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면 5일 동안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나' 지역으로 수출할 경우 제출해야 할 서류가 늘어나고 심사기간도 15일이나 걸린다. '다' 지역이 새로 만들어지면 이보다 더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리나라의 상응조치가 국제사회에서는 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직접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반국제법상 우리나라가 '입은 손해'에 비례하는 수준까지만 대응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출규제 강화 이후 국내 기업이 입은 손해의 정도와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WTO 협정에서도 회원국은 위반 여부를 직접 판단해 일방적 무역조치를 취하지 말고 WTO 분쟁해결제도에 회부해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리의 수출입고시 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은 WTO 소송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입고시 개정이 하나의 독립된 조치로 진행됐다는 점을 우리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을 백색국가 제외한다는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적정한 시기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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