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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T 부정채용과 법정증언들…흙수저는 서럽다

등록 2019.08.12 18: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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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T 부정채용과 법정증언들…흙수저는 서럽다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이 채용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KT 채용비리 혐의 사건은 현재 재판이 한창이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회장을 포함한 전직 임원 4명에 대한 재판은 이미 3차례 열렸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 재판은 이달 말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아직 범죄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간의 법정 증언을 토대로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 KT는 유력인사의 자녀 등을 관심지원자 또는 내부임원추천자로 포장했다. KT가 그들에게 베푼 특혜 혐의는 비상식적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다.

KT의 2012년 상반기 대졸공채에서 관심지원자로 이름을 올린 지원자는 모두 7명이었고, 이 가운데 최종합격자는 4명이었다. 그런데 자력으로 최종합격한 이는 단 1명이었다. 나머지 3명 중 연모씨의 경우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으로 분류됐지만 합격으로 바뀌었다. 허모씨와 최모씨는 인적성검사와 2차 면접에서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부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종합격에 실패한 장모씨다.

장씨는 인적성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1차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응시하게 된 1차 면접을 늦게 왔다. 일반 구직자 같았으면 면접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면접을 봤고, 또 불합격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 최종면접에서는 면접관 3명에게 똑같이 최하등급 평가를 받고 끝내 탈락했다. 마치 '도저히 뽑을 수 없다'는 근거자료를 남기기 위해 KT가 무수한 관문을 만든 모양새다.

KT의 '석연치 않은 채용'은 그해 하반기 대졸 공채에서도 계속 됐다.

마케팅 분야에 지원한 한 관심지원자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자 지원분야를 경영관리로 슬그머니 변경했다. 이 지원자는 최종면접 결과 60명 중 50등 수준의 성적표를 받고도 최종 합격했다. 당시 경영관리 최종합격자는 15명 수준이었다.

정점은 김 의원 딸의 경우다.

KT는 2012년 10월 지원서도 안 낸 김 의원 딸을 중도에 합류시켰다. 하반기 대졸 공채 서류지원은 물론 인적성검사까지 끝난 시점이었다. 계열사 계약직으로 일하던 김 의원 딸은 이렇게 '앉아서' 정규직이 됐다.

2012년 당시 인사업무를 총괄했던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은 지난 8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인사업무 경력 34년 동안 입사지원서도 내지 않았는데 채용절차에 오른 경우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전 실장은 "없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틀 전 김 전 상무보도 같은 질문에 "2012년까지 인사업무만 17년 정도했다"면서 "저에게도 전무후무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법정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쟁점인 상황이다. 유죄라고 주장하는 검찰과 무죄라고 주장하는 KT 측 변호인은 증인을 가운데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중이다. 향후 김 의원 재판에서도 같은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소위 '흙수저'들 입장에선 이 재판의 쟁점도 갑론을박도 남의 이야기일 것이다. 재판 결과가 유죄이든 무죄이든, 그 역시 남의 이야기다. 다만 깊숙이 자리잡은 좌절감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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